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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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탄 2야 ‘텃밭’ 쟁탈전 치열

민주당 지지율 상승세에 ‘여유’/ 국민의당 지도부도 광주 찾아… “반문정서 여전… 새판 돌파구”
새해 벽두부터 두 야당의 ‘호남 민심’ 쟁탈전이 치열하다. 야권 심장부인 호남은 지난해 4·13총선에서 국민의당 손을 들어줬으나 탄핵 국면 등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다시 국민의당을 앞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세에 오랜만에 여유를 되찾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새해 첫날 광주 무등산 해맞이에 동행했던 양향자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호남은 빠르게 민주당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호남의 대세는 이미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 등 호남 출신 지도부는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지역 당직자들을 오찬간담회에 초청해 지지율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지지와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대 선거를 치르고 제3당으로 도약한 국민의당에게 호남 민심 상실은 당의 기반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 원내대표 당선 역시 의원들이 호남 민심 이반을 경계한 결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호남 민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섰다는 관측을 정면 반박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호남)민심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크니까 일단 그쪽에 모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광주를 방문한 이동섭 원내대변인도 통화에서 “현지에서 체감하기로는 여전히 반문 정서가 높다”며 “우리 지지층인 고령층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새판짜기’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남의 반문 정서는 여전하지만, 정권교체를 원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민주당에 지지를 몰아주고 있으므로 판이 바뀌면 호남 민심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새판짜기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날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개혁보수신당인 비박(비박근혜)계와 손잡는다면 호남의 염원을 배반하는 선택”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