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정초부터 논란이 뜨거운 것이 국정교과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정교과서 적용 방침에 대해 ‘1년 현장 적용 유예 및 2018년 국·검정 혼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거센 반대에도 국정화를 고집해온 교육부가 박 대통령 탄핵 정국과 이에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해 후퇴한 셈이다. 현장 적용은 1년 유예하지만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는 올해 ‘연구학교’로 지정, 사용을 할 수 있게 해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방침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태해 사회2부장 |
교육부령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은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 추진·교과용도서 검증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의 경우 ‘특별한 사유’에 해당돼 연구학교 지정에 불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구의 유권해석은 입장에 따라 갈릴 소지가 있다.
전국 48개 역사학회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의 처사는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해온 모든 이들의 뜻을 완전히 묵살하는 것으로, 국정제를 강행하겠다는 위장조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에 예산지원과 교사승진 가산점을 주면서 국정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것은 비교육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사립 중·고교와 보수단체는 대체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초·중등 사학법인연합회, 대학사립중고교장회와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등은 교육부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새학기까지 두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교육부가 연구학교 수요조사에 나서게 된다면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자는 논란을 지켜보며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 교과서 선택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간의 대립양상으로 봐서는 국정이든 검정이든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그동안 검정 교과서는 사실 오류와 편향성으로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기술을 미화하고 1948년 8월15일의 의미를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함으로써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라붙고 있다.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 인사와 교원들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학교장이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를 위해 교육감들의 일방적인 연구학교 거부도, 교육부의 예산지원과 교원승진 가산점을 이용한 연구학교 강요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교과서가 정치논리보다는 역사적·교육적인 입장에서, 또 수업교재로서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일선학교가 자율로 판단, 선택하게 하자.
박태해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