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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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관계 개선 흐름 이어가야"

[미·중·일 석학에게 듣는다] ③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
일본 게이오대학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인 니시노 준야(西野純也·44)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가 퇴진하면 한·일 관계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차기 정부가 양국의 관계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일 동맹에도 변화가 예상되는가.

“미국이 동맹국에 추가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할 여지가 더 넓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위협 인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양국의 입장부터 다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한·일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선 결과가 한·일 협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 중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다.

“한국 정부도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미숙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이 아쉽다. 만약 그 부분이 매끄럽게 잘 됐다면 다른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할머니 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위안부 합의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화해와 치유 재단’의 지원금을 수령한 할머니도 적지 않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 합의를 받아들이고 정리하고 싶은 할머니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도 위안부 합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든 대선 후보가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퇴진하면 더 그럴 것이다. 한·일 관계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 이전 3∼4년 동안 양국 관계가 정말 안 좋았던 상황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합의 이후 생겨난 양국의 관계 개선 흐름은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맞다. 그렇게 한국의 차기 정부가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과 진주만을 방문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베의 말처럼 미·일 간 화해를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 오바마 정부 8년, 아베 정부 4년 동안 강화한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줬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싶은 일본 정부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 본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아베 총리와 함께 진주만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를) 좋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주만 방문의 주인공은 아베 총리다. 이나다 방위상이 아니다. 진주만 방문의 핵심이 아닌 부분을 과도하게 해석하면 원래 전하려 했던 메시지의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 미·일 정상이 함께 진주만을 방문해 화해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지난해 말 러·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원래 영토문제는 어렵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일본이 원하는 성과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모두 건네받는 것인데 2개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쿠릴 섬들의 지정학적 의미를 볼 때 러시아가 양보하기 쉽지 않다. 미군이 그 섬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미·일 동맹이 어떻게 적용될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장기집권 가능성이 큰 아베정권이 러시아와 평화조약 체결 문제와 영토 인도 문제를 진전시킬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국 내 지지율이 높은 만큼 그가 결단을 내리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나 최대 이슈는 경제다. 경제 호전 없이는 헌법 개정도 못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좌초하면서 일본이 어떻게 성장 궤도를 유지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이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원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자위권을 한정적으로 허용했고, 안보법제도 새롭게 만들었으니 사실상 헌법을 고칠 필요가 당장은 없어진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 때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금 당장 전쟁을 할 게 아닌 이상 현재 개헌의 긴박성이 없다. 하지만 경제가 무너지만 아베정권의 지지도 무너진다.”

도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 니시노 준야 교수는

●1973년 사이타마현 출생 ●게이오대 정치학과, 게이오대 정치학 석사, 연세대 정치학 박사 ●동서대 대학원 일본지역연구과 객원교수 ●게이오대 교수 ●현대한국조선학회 이사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