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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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대통령 체포·청와대 압수수색 가능' 대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강제수사를 검토 중인 가운데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 대부분이 “현행 헌법 및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소속 회원 152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응답자의 85.14%인 1301명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은 제한을 받지 않으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불가하다”고 답했다.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은 제한을 받는다”고 답한 이는 227명으로 14.86%에 불과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해 10월 이틀에 걸쳐 청와대 경내 비서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2항 및 제111조 제2항에 규정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불승인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청와대가 또 ‘국가의 중대한 이익’ 운운하며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법리를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특검이 박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강제수사권을 발동하는 것에도 대체로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헌법은 ‘대통령 임기 도중에는 내란이나 외환죄를 제외하면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현직 대통령의 형사책임 면제 특권을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기소를 못 한다는 것일 뿐 조사 가능성까지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5.26%는 “불가하다”, 30.24%인 462명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44.5%(680명)의 응답자는 “직무가 정지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변호사 상당수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로 아무 하는 일 없이 청와대 내 관저에 칩거하며 기자들을 모아놓고 거짓말이나 하는 모습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특검팀이 과감히 그를 체포해 조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듯하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전국 개업 변호사의 75%가량이 회원으로 속한 최고의 법률가단체가 이렇듯 압도적으로 박 대통령 체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