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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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년 안 돼 침몰하는 새누리, 해체가 나라 위하는 길이다

침몰하는 새누리당의 집안 싸움이 공해 수준이다.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친박 핵심 의원들은 거친 언사를 쏟아부으며 정치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선 할복한다” “악성종양 뿌리를 없애야 한다” “거짓말쟁이 성직자는 당을 떠나라” “개혁보수의 탈을 쓴 극좌파”…. 아무리 침몰하는 배라고 하더라도 집권당이라면 달라야 한다. 품격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정당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의결당한 상황에서 집권당 의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친박계 의원들은 국정파탄에 무한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청와대의 로봇처럼 움직인 데 대해, 지난해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세력을 심느라 당을 분열시키고 참패한 데 대해, 국정농단의 허물을 덮기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린 데 대해 친박의원들은 책임져야 한다. 사죄하고 자중해야 정상이다. 이치가 이런데도 친박계 좌장이라는 8선 서청원 의원은 자신들이 영입한 인 위원장에게 “무법적으로 당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되레 인 위원장의 탈당을 요구했다.

살고자 하는 친박계의 발버둥에 연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 점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인 위원장이 제시한 친박핵심, 당직과 정부직을 맡은 인사, 난폭한 언어를 사용한 10여명의 친박의원들이 당을 떠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살을 도려내는 인적 개혁 없이 보수정당의 재기가 요원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서 의원이 탈당을 거부하고 인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함에 따라 당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인 위원장은 친박이 탈당하지 않으면 자신이 그만두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친박핵심이 거부했으므로 이제 당의 분열과 지리멸렬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 친박핵심 의원들만 남아 연명한들 국민이 외면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새누리당은 머잖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열린우리당은 2007년 8월 창당 4년도 안 돼 사라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012년 2월 이름을 바꿔달며 출범한 새누리당도 5년이 안 돼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유력 인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의 한계가 이렇게 뚜렷하다. 친박이 아닌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친박계와 결별하고 당의 해체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게 그나마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