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인파 때문에 택시 잡기가 힘들었던 지난달 24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 카풀(Carpool·승차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영등포구 당산동으로 향할 차량을 호출했다. 카풀 앱은 출·퇴근시간(오전 5시∼오전 10시,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에 한해 자가용 차량 운전자와 출발지 및 목적지가 같은 탑승자를 서로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로 럭시, 풀러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탑승 후 운전자 최모(36)씨에게 ‘영등포에 거주하냐’고 묻자 뜻밖에도 ‘관악구 신림동에 산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장 위치도 강남구 일대가 아니었다. 출·퇴근 지역을 더불어 이동하는 카풀 서비스 도입 취지랑 전혀 안 맞는 것이다.
게다가 최씨는 이날 당산동 운행이 “다섯 번째”라고 밝혔다. 최씨는 이미 금천·구로·송파·강남구로 네 차례 운행하면서 5만원 상당의 수익을 얻었다. 카풀을 영리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인데도 사실상 운수영업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5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 따르면 영업용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행위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금지’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승객을 태워 운행하는 ‘우버’ 서비스가 2015년 3월에 금지됐다. 그러나 카풀 서비스는 ‘교통정체 완화’를 명분으로 지난해 8월 등장할 수 있었고, 5개월 만에 하루 이용자가 평균 1만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어느덧 우버나 다를 게 없어졌다.
이에 법인·개인택시조합은 지난해 16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관련 법을 명확히 개정하도록 건의했다. 한 택시기사는 “교통정체를 줄이는 카풀이라면 출퇴근 각각 2시간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며 “하루 14시간 운행하는 카풀이 개인택시나 우버와 다를 게 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토부·서울시 역시 “문제된 실태는 법령이 카풀 서비스를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 목적과 다르다”며 불법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카풀 업체들은 “카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면서도 불법 운행 실태 파악과 관련한 질문에는 함구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