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민주주의 다수결은 위험”VS “파면 통해 질서 회복”

대통령측 vs 소추위 격돌 / 대통령 ‘예수’ 비유 탄핵 반박 / “특검 역시 중립성 위반 못 믿어” / 윤전추만 증인으로 출석 ‘맹탕’ / “최순실, 청 관저에서 본 적 있어…세월호 당일에 미용사 모셔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을 ‘예수’, ‘소크라테스’에 비유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특별검사와 검찰 수사를 비롯해 촛불시위까지 강하게 비판했다. 헬스트레이너 출신으로 3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청와대에서 근무한 윤전추(39)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본 적이 있고,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대통령과 업무를 봤지만 구체적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공개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대리인단 “다수결의 위험성” 주장

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은 “민주주의의 다수결로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예수는 십자가를 졌다”며 “선동적인 언론기사로 (의혹이) 증폭될 때 민주주의의 다수결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어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남조선 신문이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하고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한다”며 “북한 언론이 입에 침이 마르게 극찬을 하는 (남한) 언론기사로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또 “박 대통령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검찰이 해괴한 논리를 고집하고 있다”며 “특검 역시 중립성을 위반했기 때문에 특검 수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 측은 “40년 지인인 최씨의 일부 의견을 청취해 아주 조금 참고한 사실은 있지만 국정운영에 개입하게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청와대의) 반론권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을 언론자유 침해라고 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는 등 종전처럼 탄핵소추 사유를 강력히 부인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제 및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파면결정을 통해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대통령 측의 주장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온 변호인 측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만큼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호기심 많은 동심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지켜보기 위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찾은 어린이가 변론 시작을 기다리며 휴대전화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윤전추 “옷값, 박 대통령이 내”


이날 변론기일에서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2)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영선(38) 전 행정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윤 행정관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근무했을 때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두 분을 제가 (오후에 관저로) 모셔다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당일 오전엔 박 대통령과 같이 업무를 했지만 내용은 기억 안 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의문스러운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한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윤 행정관은 “안봉근 비서관이 세월호 당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 와서 박 대통령을 만났고, 당일 오전 8시 반쯤엔 박 대통령의 머리가 단정한 상태였다”며 “박 대통령이 민방위복에 헝클어진 머리를 연출했다는 미용사의 증언은 오보”라고 진술했다. 반면 앞서 신보라 전 간호장교의 증언과 달리 “박 대통령은 세월호 당일 전후로 의료용 가글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개인업무도 처리했고 순방 의상 관련 업무도 담당했다”며 “박 대통령이 의상실에 전할 대금은 현금으로 내게 줬다”고 주장했다. 윤 행정관의 주장은 만일 의상실에서 맞춘 박 대통령의 옷 대금을 최씨가 건넸다면, 최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답변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는 다른 민감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는 진술을 반복했다. 보다 못한 박한철 헌재소장이 “박 대통령 개인영역은 증언 거부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