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에서 시민들이 방청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박 대통령을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비유하는 다소 생뚱맞은 변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는 “민주주의의 다수결로 소크라테스는 사형 선고를 받고 예수는 십자가를 졌다”며 “선동적인 언론 기사로 (의혹이) 증폭될 때 민주주의의 다수결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남조선 신문이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하고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한다”며 “북한 언론이 입에 침이 마르게 극찬을 하는 (남한) 언론 기사로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서 변호사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법률고문이며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 사건’의 담당 판사 출신이다.
서 변호사 발언이 50분째 이어지자 박한철 헌재소장 등 재판관들은 생수로 목을 축이거나 눈을 지그시 감았다. 방청석에선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때때로 ‘허’, ‘참’ 같은 짧은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 황정근 변호사 등이 중간중간에 “탄핵 사유와 무관하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박 소장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명령하며 서 변호사의 말은 끝났다.
오후 들어 헌재 심리는 분위기가 자못 진지해졌다. 오전엔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52)·안봉근(51) 등 핵심 측근 4명 중 3명이 출석하지 않아 맥빠진 분위기였으나 오후에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38) 청와대 행정관이 거침없이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를 연발하다가도 유리한 질문이 나오면 유창하게 대답했다. 이 때문에 소추위원단 사이에선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은 “윤 행정관이 마치 연습이라도 하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던 윤 행정관 역시 재판관에게서 “다른 진술과 앞뒤가 안 맞다”는 지적을 받으면 말꼬리를 흐렸다. 헌재 심리는 오후 6시30분쯤 종료됐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