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5일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 행정관의 증언 중 박 대통령과 관련해 △옷값의 출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의문의 의료용 가글 △미용사 출입 시점을 비롯해 그와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의 인연 등을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윤 행정관은 “지난해 12월 의상실 대금을 박 대통령이 직접 (내게)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이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국회 국정조사에서 “의상 구입 비용을 모두 최순실에게서 받았다”고 한 것과 엇갈린다. 윤 행정관은 그러나 “이전에도 박 대통령이 대금을 건네준 적 있었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면 박 대통령은 뇌물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윤 행정관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대통령과 함께 업무를 봤다”면서도 “어떤 업무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행정관은 가글액과 미용사 출입 논란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 간호장교가 남자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의료용 가글에 대해 “제가 대통령에게 올려드렸다. 시술용으로 쓴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담당한 미용사들이 오후에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주장, “오전에 손질했다”는 미용사들 진술과 어긋났다.
최씨에 관한 진술도 엇갈린다. 윤 행정관은 “최씨를 청와대에서 몇 번 보고 인사도 나눴다”며 최씨가 주로 박 대통령의 의상 관련 업무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씨는 검찰 조사 때 “청와대(인사)는 박 대통령 외에 아무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과 상반된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방패’용과 다른 박 대통령측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대비한 ‘정찰’용으로 투입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재만(51)·안봉근(51) 전 비서관이나 최씨를 수행하기도 한 이영선(38) 행정관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