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모(14) 군이 선고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
◆“PHMG는 폐손상의 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6일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PHMG 물질이 피해자들이 입은 폐손상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여러 차례의 역학조사 결과를 들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강제 수거한 이후 같은 폐질환을 앓는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 등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결론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호흡기 등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거나 사망할 수도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법정 나서는 존 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주의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가 6일 객관적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재판부는 다만 존 리(48) 전 옥시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리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재직 시 제품의 안전성 관련 보고나 라벨 표시문구가 거짓임을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1심 선고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량 낮아
100명이 넘는 사망자에다 비공식적으로 추가 사상자가 수백명에 달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충격적 사건이지만 법은 냉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적용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5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법정형을 높이려 했지만,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사기 혐의는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는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두세 번 죽이는 결과다. 이대로라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결코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혜진·조병욱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