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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최저임금조차 못받는 병사들…"'애국페이'로 나라 지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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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얼핏 보면 당연하지만 그 대가를 받는 것마저 눈치를 보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구직난에 경력직을 선호하는 채용 트렌드로 인해 경험을 쌓아야 하는 청년들의 처지를 이용해 무급이나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열정페이’가 위키피디아에 등재될 만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선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만 514명이 1억7600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교육훈련이란 명목으로 받지 못했다.
농촌에서 비닐하우스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장병들.
열정페이 논란이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적발되는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 부과, 사법처리 등 강제조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높여있는 곳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 중에서 군대는 최저시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급여만을 병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시급 기준으로 볼 때 마트(PX)에서 과자 한 봉지 사먹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애국심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뜻인 ‘애국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 강도 높은 훈련 참여하고도 최저시급의 16%만 받아

직업으로서 군인의 길을 택한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한 병사들의 급여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폭설이 내리자 장병들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 고시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일급으로 환산하면 8시간 기준 5만1760원이며 월급으로는 주 40시간제 기준으로 (유급 주휴 포함, 월 209시간 기준) 135만2230원이다. 반면 올해 병사 급여는 병장 기준 21만6000원 수준으로, 2012년과 비교하면 병장 월급은 10만8000원에서 5년 만에 2배로 인상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하지만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16% 수준에 불과하다. 시급 역시 월 209시간 기준으로 1033원으로 8시간을 일해도 일급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일급으로는 하루 세 끼 식사조차 하기 힘든 수준이며 시급으로는 PX에서 라면 한 개 정도 사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일반 사업장에서 이같은 일급을 지급했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고도 남을 일이다.

일각에서는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징병제 국가에서 병사의 급여는 일반 사회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시행하는 나라 중 병사 급여가 우리 군보다 낮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화훈련에 참여한 병사가 전방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육군 제공

국회입법조사처와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 따르면, 학력에 따라 1~3년간 의무복무를 하는 이집트는 직업 보장성 차원에서 병사들에게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해 1200 이집션 파운드(약 16만원)를 지급한다. 2년 의무복무제인 태국도 최저임금과 동일한 9000바트(약 30만원)을 주고 있다. 군 당국이 우리나라와 안보환경이 비슷하다고 평가하는 대만과 이스라엘도 우리나라보다 급여가 높다. 4년 복무제인 대만의 병사 급여는 최저임금의 33%인 6000 대만 달러(약 22만원)이며, 최대 3년 의무복무인 이스라엘은 1616 쉐케림(약 49만원)으로 최저임금의 34% 수준이다. 2년 복무인 중국은 700위안(약 13만원)으로 최저임금의 34% 수준이며, 브라질은 1년 의무 복무하는 병사에게 700레알(약 24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의 80%다.

◆ 보상 방안 잇따르지만 시행까지 ‘첩첩산중’

PX에서 기호품을 구입하거나 외박 비용 조달조차 어려운 급여로 병사들의 병역의무 보상을 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군 당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국방부는 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 ‘2017 업무보고’를 통해 병사 급여 인상 등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군 생활 기간에 사용하는 비용, 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할 때 금전적 손해 수준, 범정부 차원에서 시행 가능한 보상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금전적 손해는 만 30세를 기준으로 복무자가 비복무자보다 취업이나 학위 취득 시기가 늦어져 입게 되는 금전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작업으로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연구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4월에는 보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일단 내년 이후 병사 급여를 얼마나 인상할지 근거자료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는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 군 복무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소득세를 감면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군 가산점 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병역의무 보상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새로이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들이 각개전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병사 급여에 대한 법률안을 최근 제시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종대 의원은 지난달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시되는 최저임금액의 40% 이상으로 정하는 ‘애국페이 근절법’(군인보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병사는 군 복무를 이탈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부당한 노동력 착취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며 “병사들이 군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갖지 못하고 간부들이 병사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비현실적인 ‘애국페이’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사 월급 문제는 인상되는 금액에만 관심이 집중돼 적정수준의 월급을 산정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며 “민간의 최저임금액을 병사 월급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월급 지급 기준을 최저임금제에 연동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문제는 국방부의 방안도 김 의원의 법률안도 실제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있다.

김 의원의 법안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말 분석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40% 수준으로 병사 급여를 인상할 경우 2022년까지 5년 동안 8조682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병력감축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도 연간 1조736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 중 병사 급여가 1조원을 웃도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예산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군 정예화의 일환으로 부사관과 장교 확충이 지속되는 상황까지 더해지면 병력 유지에 필요한 급여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급여 규모를 감당하려면 국방예산의 증액이 필요하지만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총액 증가는 어려운 실정이다. 방위력개선사업 등 전력 증강에 소요되는 예산을 인력유지비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한미 연합 강습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이 주한미군 치누크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방부가 검토중인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 군 복무기간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 역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병역의무와 동등한 납세의 의무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데다 군 가산점처럼 형평성을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국방부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전적 손실을 계량화하는 것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화폐 가치에 대한 전망과 경제 전망이 쉽지 않고, 진로를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따라 직종이나 학위 취득 시기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은 일종의 ‘성역’처럼 간주되어왔다. 일용직 수준보다 못한 급여를 받으며 하루 종일 작업하고 훈련하면서도 청년들은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일반 사업장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면 당장 감독기관에 고발됐을 사안인데도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군 당국도 자원해서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을 홍보하기에 바쁠 뿐, 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대해선 소홀했다.

장교와 부사관이 군의 중추라면 병사는 근육에 해당한다. 근육이 없는 신체가 움직일 수 없듯 병사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군 조직은 마비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병사들에게 과자 한 봉지 사먹기 힘든 수준의 시급을 주면서 국가안보라는 막중한 과제를 수십년째 떠안겨왔다. 이것은 범국가적인 노동력 착취에 가깝다. 그나마 국방부와 정치권에서 병사의 급여와 보상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은 수십년째 지속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방부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병역의무 보상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