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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권한대행 체제를 지켜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관가에서는 탄핵국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국정을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현상 유지’ 역할을 벗어나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고, 협치와 동떨어진 행보를 밟았다는 정치권의 비판도 뒤따랐다. 황 권한대행 별명도 ‘황교안정’과 ‘황교만’으로 양 극단을 달린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8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7 대통령 권한대행 지시사항 목록’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9일부터 지난 6일까지 행정기관에 모두 37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권한대행 첫날인 지난달 9일 외교부에 ‘한·미동맹의 지속발전 및 중·일·러 등 주변국과의 관계발전 노력’,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빈틈없는 국제공조체계 유지’ 등 8건의 지시사항을 내렸다. 다음날에는 ‘대외관계 신뢰 유지를 위한 다양한 외교채널 가동’, 19일에는 ‘미 트럼프 내각 출범 관련 대외관계 대응 노력’ 지시를 하달했다.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외교·안보 분야를 최우선 순위로 둔 황 권한대행의 국정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황 권한대행의 지시사항 중에는 그간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정부 핵심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정착을 위한 평가체계 구축’(기획재정부), 30일에 ‘정년 60세 의무화 대비 임금피크제 도입 노력’(고용노동부) 등의 제목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박용진 의원은 “황 권한대행이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고 대국민 홍보 강화 등 지시를 한 것은 현상유지 및 관리 외의 권한은 자제하라는 국민과 정치권, 학계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 권한대행 측은 “지시사항들은 권한대행이 당연히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권한범위 내의 사안들일 뿐 아니라 그동안 총리로서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차원에서 시달한 지시들과 동일한 내용·성격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사·정책을 놓고 야당과 갈등을 빚는 데서 드러나듯이 황 권한대행에게 정치권과의 소통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달 19,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문제로 불거진 야당과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산적한 국정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야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지금까지 지도부 상견례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엇갈린 평가와 별개로 그의 존재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개설 11개월 만인 지난해 6월에야 1만명을 기록했다가, 12월3일 2만명을 돌파했다. 권한대행 체제 이후에는 급속히 팔로어가 늘어 지난 2일 3만명을 돌파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쫓는 여권의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6%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48%였다.
박세준·박영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