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세계로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치상황 타개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 2017년 올 한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제주도정은?
어렵게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제2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인구와 관광객이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나면서 쓰레기 처리, 교통난, 주차난, 주택난, 부동산 문제 등 도민의 안락하고 쾌적한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있다.
새해에는 더욱 고민하고 소통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보완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 민선6기 취임한 후 자랑할 만한 도정은?
처음 취임했을 때 가장 큰 과제는 제주의 개발과 보존에 있어서 방향을 잡는 일이었다. 그래서 청정과 공존의 미래비전계획을 다시 만들었다.
난개발에 제동을 걸고 제주의 자산인 환경을 지키는 일, 국내외 자본의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를 막아내는 일, 수평적인 민관 협치를 통해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도민중심으로 바꾸는 일, 그리고 이권의 독점과 특혜를 차단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방향을 잡고 개혁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그 결과 난개발 방지, 제주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투자원칙 확립, 대형사업장에 도민고용 80% 정책 도입, 협치를 통한 문화와 도시재생사업 추진, 그리고 25년 숙원사업인 제2공항의 국책사업 확정, 전기차와 풍력발전사업 확산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도약의 발판들이 마련됐다.
-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한해 1500만명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공영관광지 수입은 그에 걸맞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공영관광지의 입장료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가령 중국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가 성산일출봉인데 입장료는 2000원이다. 한라산도 주차요금만 받는다.
세계유산지구 40곳의 평균 입장료가 2만4000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너무 낮은 수준이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환경유지 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그래서 가칭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해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여기에서 한라산 2만원, 성산일출봉 1만원으로 하는 대안이 제시된 바 있다.
앞으로 부과대상지역, 부과수준 등에 있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자연유산 보호를 위해 탐방예약제 확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14일 열린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식에서 해녀와 포옹하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제주해녀가 이제 해양공동체문화의 꽃으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실은 어렵다. 막상 물질은 고된 노동에다 생명을 내놓고 하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급감하고 있는 해녀의 수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선 해녀 생업과 복지 차원에서 주 소득원인 소라가격 보전, 고령해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 시행, 신규해녀 양성과 지원과 같은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해녀문화 전승과 세계화를 위해 제주해녀의 날 지정, 해녀인명록 제작,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세계농업기구의 농업유산 등재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해녀업무도 일원화해나갈 방침이다.
전시 위주의 해녀박물관을 제주해녀유산센터로 확대 개편해서 생업지원, 연구조사, 전승교육, 문화마케팅, 전시 등 체계적으로 해녀문화의 보전과 전승에 힘쓰고 있다. 문화재청, 해양수산부와 협력해서 해야 할 일들도 많다.
-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부끄럽고 불행하고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몸통으로 하는 국정농단과 권력 남용, 헌법질서 유린 사태는 불행이지만 과거 청산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뒤집어 본다면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 개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촛불집회, 탄핵이 그 시작이다. 이제 기존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구체제를 마감하고 잘못된 국가시스템의 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2017년은 국정농단 사태를 수습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 국정을 하루빨리 안정화 시켜야 되는데 개헌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원 지사는 현행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꿔야 된다고 보는가?
19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시작으로 승자독식에 의한 권력 독점 청산, 지방분권 실천 등 근본적인 국가 시스템 개혁을 위한 개헌으로 가야 한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말년을 불명예스럽게 마쳤다는 걸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의 문제도 문제지만 중앙집권적 본질적으로는 대통령제도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어려움들이 많겠지만 반드시 개헌해야 한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우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정치권이 대안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원희룡 도지사가 지난해 6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를 찾아 ‘현장 도지사실’을 운영하며 강아지를 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진보와 함께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건강한 보수, 점진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대안과 진정성을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적 보수로 재편돼야 한다.
과거 새누리당 내 비주류이자 개혁파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며 지켜왔던 저의 원칙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건강한 보수, 개혁적 보수로서 국민들의 신뢰가 쌓이면 보수층에도 어떤 형태로든 출구는 열릴 것이라고 본다.
- 원희룡 지사도 대선 후보군으로 불리는데 이번 대선에 나설 것인가?
현재 제주도지사로서 많은 현안을 끌어안고 씨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적 판단으로 행보를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대선에 출마를 원한다면 그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정치적인 책임을 주신 것이 제주도민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존중하고 가야 한다. 만약 국민이 국가를 위해 나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이 서면 언제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부름에 응답할 것이다.
- 대선주자로서 ‘원희룡’ 만의 장점이라면?
우선 누구보다 지역감정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보다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으로 가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도 지금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패권주의와 진영 논리를 깨고 중도와 진보 진영을 끌어안을 수 있는 확장성과 대연정 정치 생태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대화합의 철학을 갖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해 3월 15일 여섯 번째 러브 라이스 챌린지(사랑의 쌀 도전 릴레이) 주자로 나서 쌀 200kg을 기부한 후 지게질을 하며 웃고 있다. 제주도청 제공 |
지역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동력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제주는 관광과 스마트생태계, 창조적 인구 유입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제주의 가능성과 역량을 인정하여 에너지산업, 두뇌기업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특례를 부여하고 성공사례를 전국에 확산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 취지에 부합된다.
더욱 포괄적인 자치와 재정권한을 부여하고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방이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는 중앙정부에서 권한과 재정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 도민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많은 위기와 도전들이 앞에 있다. 국내외적으로 몰아칠 경제위기에 대응해 민생이 안정되어야 하고 대통령 탄핵심판과 대통령 선거라는 대형 정치상황도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그래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저력을 보여줬다. 그 힘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태 기자 kmjh20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