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전 총장 측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 대신 황 권한대행을 만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최측근 인사들은 “박 대통령은 현재로서 사실상 만나기 어렵다”며 “공식 직위에 있는 3부 요인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부정적인 여론을 모두 고려해 예방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로 권한정지 상태이므로 만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 취임 후 매년 정초 전화를 걸어 신년인사를 했으나, 올해는 신년 전화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 반기문 사무총장와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반 전 총장은 황 권한대행을 만나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성과를 전하고 국내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 전 총장 측은 황 권한대행과 만남을 가급적 빨리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인사는 예방 시점에 대해 “(귀국 후) 양측의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만날 것”이라며 “(3부 요인을 포함해) 일정을 맞춰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정부가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일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 측은 전임 대통령에 대한 귀국보고는 부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측근 인사는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는 것이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꼭 해야 할 일정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만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전 전 대통령 예방 문제는 매번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만큼, 전직 예우 차원의 방문이라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앞서 괜한 오해는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