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은 경쟁국에 뒤처진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가 지난해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바탕으로 139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25위에 불과했다. 대만(16위)이나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코리아 가상현실(VR) 페스티벌’의 KT 전시관을 방문해 VR 체험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4차 산업혁명 대응책조차 실효성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진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를 ‘4차 산업혁명’으로 문패만 슬쩍 바꿔 단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만들어진 부처인 데다 다음 정권에서 존속을 장담할 수 없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정책의 순수성까지 흠집이 나 현상유지 수준에 머문 셈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만간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고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컨트롤타워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고용구조와 교육, 복지 등 사회 전반에 일대 변화를 일으키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나온 구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정권이 바뀐 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될지 장담키 어렵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집권 초반부터 개념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에 휘말려 시동도 늦게 걸렸다. 정부와 여당조차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해 여의도에서 창조경제를 희화화한 유머만 난무했을 정도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