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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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하나된 국론이 한국외교 살린다

사드·위안부·트럼프 시대 잇단 시련 / 대선 앞두고 정파에 흔들려선 안 돼
한국외교가 난관에 봉착했다. 삼각파도를 맞았다느니, 사면초가에 빠졌다느니, ‘넛 크래커’(강자 사이에 낀 신세)니 하는 지적들이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경제보복과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는 일본의 외교적 압박과 경제보복,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거론 등 그야말로 거센 도전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공언하고 있다. 가히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외교라 할 만하다. 누구 하나 도와줄 강대국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이쪽저쪽에서 압박해 자국의 실리를 챙기려는 형국이다. 국제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가 리더십 위기 속에 대외정책을 둘러싼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이 큰 걱정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은 매우 부당하다. 국제사회의 결의를 무시하며 핵과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중국이 북한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방어조치에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에 대해 우리는 내부적으로 단합해 경제보복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크게 알리고, 중국의 잘못된 태도는 대한민국을 더욱 미국 쪽으로 밀어붙이는 효과가 날 뿐이라는 점을 중국 당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은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전체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런 일본과 경제, 안보적으로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우리에게 존재하는 사실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모든 정부가 겪어오고 있는 대일 외교 딜레마의 근원이다.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나 우리 내부 갈등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해 무슨 요구를 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한·미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도 유동적이다. 정부는 한·미 관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국내정치적으로 심각한 갈등이 노출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일본과의 문제가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국 우선주의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이 우리 경제와 외교에 큰 파고로 밀려올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처럼 국내적 갈등이 또다시 분출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이 예고된 가운데 대북 정책 역시 매우 갈등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진보진영은 보수정부 10년간 계속된 대북 압박 정책이 무슨 성과를 거두었느냐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면 보수진영은 국제사회 공조로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할 것이다.

정국은 급속히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가 중요한 대선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이번 대선에서도 진영논리를 앞세운 대외정책 노선 싸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외교는 정파적 갈등을 초월해 추진돼야 한다는 말을 우리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외교가 난관에 봉착할수록 우리 내부의 단합된 목소리가 더욱 필요하다. 외교적 난관을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면 할수록 한국외교는 더욱 수렁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쪽이 이기든 차기 정부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 위기와 대외 환경의 급변 속에 닥쳐온 대한민국의 외교적 난관을 정파와 진영을 뛰어넘어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게 할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