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귀국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도 했다. 대권 도전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유엔 사무총장 직을 충실히 수행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평민 반기문’이 아니라 ‘대선주자 반기문’이다. 대선 행보를 공식화한 만큼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다. 2004년 외교부 장관에 임명됐을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었고, 유엔 사무총장이 된 뒤엔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다.
우선 그를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이다. 반 전 총장은 어제 회견에서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양심에 부끄러운 일 없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동생인 반기상씨 부자가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혐의를 일축하면서도 검찰 고발과 같은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았다.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조치와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반 전 총장은 국민 대통합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국민 화합은 구호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담보돼야 한다. 반 전 총장이 출신지인 충청권 표심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또 다른 지역주의를 초래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반 전 총장 스스로 깊이 유념할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를 이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앞으로 어떻게 정치 교체를 이룰지 분명한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위안부 문제로 주변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팍팍한 민생과 일촉즉발의 안보 불안을 덜어줄 구체적인 방책을 제시해야 한다.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답해야 한다.
[사설] 정치 역량 시험대에 선 대선주자 반기문
기사입력 2017-01-13 01:14:38
기사수정 2017-01-13 01: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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