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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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이끈 마르틴 루터 당시 국가 이해와 맞물려 유럽의 운명까지 뒤흔들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독일의 평범한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비롯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에 맞서 1517년 10월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아날 학파의 창시자 뤼시앵 페브르는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종교개혁을 이끈 루터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유럽 격동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루터는 처음부터 세상을 뒤흔들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문에 반박문을 내걸었을 때만 해도 그는 개인의 신앙과 구원에 더 관심이 많았고, 가톨릭 교회와의 대화를 원했다. 그러나 교회는 루터를 포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거기에 답을 해온 것은 ‘독일’이었다. 당시 독일은 엄밀한 의미의 통치자가 없었다. 단지 각 영지를 다스리는 제후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분열된 상태에서 불안정했던 독일은 상황을 바꿔줄 ‘하나의 신호, 한 사람’을 원했던 것이다. 루터는 ‘구원’을 말했으나, 독일은 그것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들었다. 루터는 ‘양심의 자유’를 말했지만, 독일인들은 외적인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로 해석했다. 그렇게 루터의 운명은 굴절됐다.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품 안에 머물고 싶어 했지만, 교회는 이단으로 내쫓았다. 독일은 ‘종교적’ 루터를 ‘사회·정치적’ 루터로 받아들인 것이다.

저자는 한 인간의 생애가 사회나 국가와 맞물리며, 집단 속에서 어떻게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는지 지점을 찾아내 짚어준다. 또 역사학자로서 루터에 대한 전적인 호평이나 맹목적 비난을 경계하며 루터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1927년 이 책의 집필을 완성했다. 당시 루터와 관련한 문헌은 바다와 같았다. 그 문헌의 대양에서 저자는 어떤 루터의 초상을 건져올리려 했을까. 저자는 개혁적이고 창조적인 힘이 충일했던 30∼40대의 루터를 조명한다. 1517년부터 1525년까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영웅적인 역할을 역동적으로 수행한 루터를 말이다.

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