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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은 12·28 합의에 대한 입장이 환영에서 미흡으로 선회했다.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합의는 그것이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이런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이 합의무효나 재협상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12·28 합의가 결격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2015년 12·28 합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에 감사한다.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 전 총장이 여론의 비판이 높은 12·28 합의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부 수장을 지낸 인사로서 후배들이 도출한 합의를 비판해야 하는 부담과 국민의 비판적 여론 사이에서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 성향의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반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뒤 박씨의 정책을 전면부정하는 공기가 한국에서 강해지고 있다”며 “대외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이었던 반씨까지 여론을 따라가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표 등 다른 대권 주자들 대부분은 12·28 합의에 대해 무효·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12·28 합의가 새로운 운명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는 11일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가운데 이뤄졌던 위안부 합의는 그냥 10억엔(합의 당시 97억원) 돈만 받았을 뿐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했던 합의”라며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의 합의”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28 합의 1주년이었던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집회에 직접 참석해 12·28 합의 파기와 소위 화해·치유재단의 해체를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위안부 문제는 정부 간 협상으로 종결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12·28 합의가 국제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폐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표심(票心)을 의식한 각 후보의 선명성 경쟁도 치열해져 12·28 합의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2·28 합의 등 박근혜정부가 대외관계나 중요한 외교정책을 국내 정치의 관점에서 접근했던 것이 최대 실수였다”며 “12·28 합의도 냉각기를 거쳐 차기 정권이 들어선 뒤 중지(衆智)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입 닦는 윤 외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문제 합의와 부산주재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 등과 관련해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김예진·박수찬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