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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 1월1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12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1987년의 박 열사와 ‘촛불민심’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2017년의 시민들이 3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났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30년 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면서 “박 열사가 30년 만에 타오른 촛불혁명을 통해 되살아났다. 우리 시민들이 되살아난 박종철을 만나 함께 희망을 노래하고자 한다”고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 박종철·이한열 열사처럼 많은 분이 희생했기에 87년 6월 항쟁이 가능했다.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까지 함께해야 두 열사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이희승(51)씨는 “종철이형의 2년 후배다. 대학 재학 시절 ‘대학문화연구회’라는 써클에서 같이 학생운동을 했다. 나는 법대, 종철이형은 인문대로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을 통해 종철이형의 얘기를 많이 들었고, 매년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힘들다. 그래도 촛불집회 현장에서 종철이형의 추모행사를 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학생 김혜린(19)씨는 “근처에 왔다가 친구와 집회에 참여하자고 결심해 오게 됐다. TV 속에서만 보다 직접 현장에 와보니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어 놀랍다. 박종철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만 접하다 직접 추모행사를 보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너무 춥지만, 집회에 끝까지 참여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30주기를 맞아 추모전시회도 마련됐다. 박 열사의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물고문 현장,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별이, 구의역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다른 성별로 태어난 이유로 지하철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다시는 없는, 또 다른 박종철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후배들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남정훈·안승진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