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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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강추위 몰아낸 뜨거운 촛불… 민심은 변하지 않았다

최강 한파에도 주요 인사 및 재벌 구속 울려퍼진 12차 촛불집회
살갗이 베이는 듯한 강추위도 ‘촛불 민심’을 꺼트리지는 못했다. 올 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가 14일 한반도를 뒤덮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조기 탄핵, 재벌총수 구속 등을 요구하는 제 12차 주말 촛불집회의 우렁한 함성소리는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4일 호우 광화문 광장에서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강추위가 몰아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시위대가 롯데백화점 본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모여든 시민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이른바 ‘공작정치’ 주범으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 주요 인사의 구속을 외쳤다. 비롯해 현 정부에 뇌물을 건넸다는 의심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요 재벌들의 실명을 거침없이 언급하며 구속을 촉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범죄자를 감옥으로’, ‘헌재는 탄핵하자’ 등이 끊임없이 외쳐졌다.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된 본 집회가 7시에 종료됐고, 이후 시민들은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SK와 롯데 사옥을 향한 행진를 향해 행진에 나섰다.

이날은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퇴진행동은 “오후 6시30분 현재 광화문 광장 집회에 연인원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강추위가 몰아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에서 왔다는 50대 박광수씨는 “5시부터 두 시간 넘게 야외에 있다보니 정말 춥다. 목도리와 패딩, 스키장갑까지 다 챙겨서 나왔다”면서 “그래도 아이들에게 역사의 한 현장을 보여주고, 역사인식을 심어주려고 함께 광화문에 나왔다. 아이들이 오늘의 이 현장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김진희(32)씨는 “12차까지 진행된 촛불집회 중 오늘이 여섯 번째다. 추운 날씨 때문에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줄어들어 ‘촛불 민심이 변했다’라는 말이 나올까 싶어 나라도 나가자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온 조민철(24)씨는 “사실 오늘이 첫 촛불집회 참석이다. 그동안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 나오지 못했다. 날씨가 추워서 참석자가 줄어들까 싶어 큰 맘 먹고 가장 두꺼운 패딩과 방한복을 입고 나왔다. 처음 나온 만큼 행진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라면서 “나와보니 시민들의 힘이 크다는 것에 감동을 느꼈다. 앞으로 탄핵 판결이 나는 날까지 주말마다 나올 생각이다”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남정훈·안승진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