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김영남의월요일에읽는시] 불신의 무늬

이윤정(1961~)


김영남 시인
누가 나에게 “일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재산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신뢰, 즉 믿음을 들지 않을까 싶다. 가진 게 없더라도 이것이 있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고 또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게 없다면 아무리 가진 게 많더라도 빈털터리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러면 신뢰의 반대인 불신의 모습은 어떻게 존재하나.

인용 시에서는 불신의 모습에는 무늬가 있는데 그 무늬가 얼룩이라고 비유한다. 불신의 마음을 깊이 따져 들어가면 배신이라는 칼에 상처받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건데 이게 바로 얼룩일 테다. 얼룩, 즉 상처받은 마음에는 어떠한 대화도 위로도 통하지 않고 모두 오해한다.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변명이고 핑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대화가 되고 위로가 통하나.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서로의 가려운 부분인 등을 긁어주어야 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얼룩을 이해하여야 한다고 한다. 상처받아 얼룩진 마음들이 많은 오늘의 우리 정치현실에서 되새기고 싶은 구절이다.

김영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