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어선이 15일(현지시간) 호주의 고래 보호구역에서 불법으로 밍크 고래 조업을 하다 환경보호단체에 적발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정상회담을 한 다음 날이다. 호주 국민과 시민단체들은 호주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일본의 불법 조업을 방치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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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의 고래잡이 반대 환경단체인 ‘시 셰퍼드’(Sea Shepherd)는 이날 오전 11시34분 일본 어선 ‘니신 마루’의 갑판에서 밍크 고래 한 마리가 죽어있는 현장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시 셰퍼드 측은 헬리콥터를 타고 니신 마루의 행적을 지난 4주 동안 좇아 결국 불법 고래 조업 현장을 포착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 셰퍼드에 따르면 니신 마루의 선원은 죽은 고래의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다는 낌새를 눈치 채자 고래 몸을 방수포로 감쌌고, 인근의 다른 어선인 유신 마루 등의 선원은 고래잡이 작살을 황급히 감췄다.
이 같은 일본의 불법 고래 조업 사실이 확인된 건 지난 2014년 국제재판소가 남극 해역의 고래잡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이후 처음이고, 2015년 호주 법원이 “일본 기업들이 법을 무시하고 고래를 잡고 있다”고 경고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호주 법원은 일본 고래잡이 기업에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은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시 셰퍼드의 활동가 애담 메이어슨은 “닛산 마루의 일본인 선원은 손에 빨간 피를 묻힌 채 고래를 학살하고 있었고, 발각되자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측은 호주 정부가 일본의 이런 불법 조업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활동가인 제프 한센은 “아베가 호주를 방문한 상황에서 호주 정부는 일본 어선에 대한 처벌 조치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호주 정부가 고래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 팀 스티븐스는 미 ABC방송을 통해 “해양법 위반으로 일본 정부를 국제 재판소에 세우는 조치를 호주 정부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시 셰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