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는 “서석구 변호사님 ‘경찰차 50대 파손’ 처참한 현장 모습(짤추가)”라는 글이 게시됐다.
경찰 버스가 처참하게 부서진 사진, 시위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 등을 담은 사진 16장이 첨부된 글이었다.
작성자는 “2017년 1월 7일 밤 발생. 언론이 감춘 촛불 난동”이라고 소개한 뒤 “이 짤들 퍼서 나르자”고 부추겼다.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가 폭력적으로 진행되었는데도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글을 본 사람들 중에는 “저 폭도들이 헌법재판소의 눈치 보느라 잠시 폭력을 감추고 있습니다. 제 버릇 개 줍니까·” “이거 보도를 차단해서 몰랐던 건가· 그런 건가.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촛불의 역풍인데…’ 등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언론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나 첨부된 사진은 2015년 11월15일 열린 민중 총궐기대회 당시의 것이었다.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사진들. 사진 속 경찰 버스는 지난 7일 촛불집회 때가 아닌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때 파손됐다. |
게시글의 댓글에도 “언제 사진이냐” “니가 만약에 선동을 위해서 이런 짓을 한다면 팩트 우파에 상처를 가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은 알겠지만 우리는 팩트로 가야 한다” 등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베 내부에서도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이 게시글은 지난 15일 무렵부터 일부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언론도 숨긴 촛불 난동’이라는 제목 아래 확산되고 있다. ‘폭력적 촛불집회’라는 ‘가짜 뉴스’를 만들려는 속셈은 어느 정도 충족시킨 셈이다.
최근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집회’라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도 매주 열리며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왜곡된 정보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