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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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대권경쟁에 중국변수까지' 갈피 못잡는 사드 배치 논란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류 컨텐츠와 관광 등 각종 산업 분야에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사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자국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반복한다. 중국 정부는 제재 수위를 조금씩 높이면서도 그 성격은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쉽지 않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반발이 중국 내 사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 산업계와 증권시장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험발사되는 사드 미사일.
국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사드 배치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예정대로 배치해야 한다” “전면 철회가 불가피하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방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연내 사드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불거지지 않은 또다른 문제가 차기 정부를 괴롭힐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정치적 논란에 중국 압박까지…‘사드 흔들기’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수입 규제 조치 등을 취하면서 양국간 무역을 통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 19종에 대해 수입을 불허하고 국내 3개 항공사가 신청한 전세기 운항도 허가하지 않았다.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을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 방영과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클래식과 같은 순수 예술분야에서도 현지 공연이 차질을 빚는 등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재조사에 착수하고 지난달 말 광섬유 반덤핑관세를 5년 연장한 것에 대해서도 사드 보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야간 요격 상황을 가정해 시험발사되는 사드 미사일.
중국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최근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중국이 한국을 괴롭히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동맹의 결정을 토대로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에 경제적 보복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믿고 사드 한국 배치를 진정으로 우려한다면 한국의 방어주권을 약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도 한중 통상 차원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법이나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드 보복 의혹을 비켜가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대선 주자들이 사드 문제에 입장을 제기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으는데 필요한 능력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꼽히고 있어 대선 주자들의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 당초 “차기 정부로 사드 배치 결정권을 넘겨라”는 입장에서 “한미 합의를 쉽게 취소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미 간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서도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완성 시까지 사드 시한부로 배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한미 동맹 강화와 한중 전략적 파트너 관계 복원 모두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의 사드 배치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 軍 “연내 배치” 고수…추가 배치 가능성도

국방부는 롯데가 운영하는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부지를 남양주 군용지와 교환하는 작업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올해 안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롯데에서 사드 부지를 넘겨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정부 의지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어 ‘연내 사드 배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성주골프장은 도로, 전기, 수도 등 기지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 공사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부지 확보와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되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밝힌 7~8월 배치도 가능하다.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경우 정치적 논란이 격화돼 국방부가 운신할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드 배치가 연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롯데도 설 이후 성주골프장 대신 받을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의 가치,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내부 평가를 마친 뒤 이사회를 열어 교환 계약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상법상 이사회 승인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이사회 개최에 앞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정밀하게 타당성 분석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M-SAM이 시험발사되고 있다. M-SAM은 PAC-3와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다. 방사청 제공
문제는 예정대로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고 난 뒤의 일이다. 우리 군은 사드 배치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능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하지만,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는 1개 포대에 불과하다. 1개 포대로는 한반도를 완전히 방어할 수 없다. 사드 1개 포대는 남한 면적의 2분의 1에서 3분의 2를 방어할 수 있다. 이 말은 해당 지역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이지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막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수도권은 PAC-3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저지한다 하더라도 KAMD에서 사드와 유사한 기능을 갖출 L-SAM(사거리 50㎞ 이상)이 전력화되려면 10여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드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확실하게 요격하려면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 각 포대의 방어범위가 서로 중첩되면 북한이 미사일방어망을 뚫기 위해 대량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도 요격할 수 있어 방어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사드 3개 포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직후 ‘1개 포대 주한미군 배치 후 2개 포대 구입’이라는 시나리오로 바뀌었다. 주한미군은 사드의 신속한 배치를 위해 미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사드 포대 4개 중 1개를 옮겨올 예정으로, 미국 본토 방어와 교육훈련 등을 고려하면 추가 배치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군이 사드 2개 포대를 도입해 주한미군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었다.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PAC-3 요격미사일. 공군 제공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높이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일이다. 하지만 추가로 필요한 사드 포대를 우리 돈으로 구입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드 1개 포대 구입 비용이 1조5000억~2조원대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3~4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F-35A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무기 도입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빠듯한 예산 사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인데다 국내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도 큰 과제다. 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때 만큼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드가 갖는 정치, 외교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국내 여론이 찬반으로 나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사드 구매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사드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패트리어트가 먼저 배치된 직후 우리 군이 PAC-3를 도입한 전례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에 사드를 구입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할 때 군 당국은 KAMD를 구축하면서도 사드를 선택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까. 2014년 사드 배치가 처음 거론된 직후 2년여 동안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워 침묵하다 지난해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군 당국의 행태가 미래에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이 미흡했던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