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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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주자, ‘눈덩이 나랏빚’은 안 보이고 표만 보이나

국가채무 10년 새 2.2배 느는데
대선주자 포퓰리즘 공약 쏟아내
고갈되는 나라 곳간도 돌아봐야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6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중앙·지방정부 부채인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638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250만원꼴이다. 아이 1명이 1000만원이 넘는 채무를 안고 태어난다는 의미다. 예산정책처는 나랏빚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2013년 9월부터 홈페이지에 국가채무시계를 만들어 게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은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건실한 편이다. 문제는 엄청난 증가 속도다. 국가채무는 올 들어 어제까지 2조6000억원이나 불었다. 1시간에 50억원씩, 하루 1200억원 속도로 불어나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에만 7.9% 늘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명목 경제성장률이 4.0% 안팎인 점을 볼 때 나랏빚이 경제 성장보다 2배 정도 빨리 늘어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 정부부채 증가율은 지난 5년간 66.7%로 G20 국가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런 정도라면 ‘부채 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날도 머지않다.

국가채무는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연말이면 682조원으로 불어나 2008년 309조원보다 2.2배나 많다. 3년 후에는 1인당 채무가 15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와 복지 지출로 돈 쓸 곳은 많은데 경기 침체로 인해 세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탓이다.

채무가 는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대선 주자들은 탄핵 정국 속에 저마다 국가 재정을 탕진하는 포퓰리즘을 쏟아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30만원까지 기초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선심 보따리를 풀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약 2800만명에게 생애주기별로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현역 복무 기간을 단축하거나 모병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온다. 부족한 병력 10만명만 부사관으로 대체해도 연간 3조원, 10년간 3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층의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 재정의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인 그리스도 남발된 포퓰리즘으로 망했다. 대권 주자들 눈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은 보이지 않는가. 나랏빚을 늘려 표를 사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한다면 국가는 존속하기 어렵다. 대선 주자들은 국가채무시계부터 들여다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