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눈발까지 날린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주변은 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 인파로 가득했다. 양측은 이날 약속이나 한 듯 사법부를 난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결과를 놓고서다.
김선영 사회부 기자 |
법원으로선 셋 다 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했으면 한 쪽 욕만 들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 양쪽 모두에게서 ‘재벌 눈치를 보거나 여론에 휘둘린 불의한 사법부’란 지탄을 받은 셈이다. 법원의 판단을 놓고 견해차에 따라 이러쿵저러쿵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결론이 나왔다고 법원의 판단과정 자체를 불신하면서 사법부를 압박하고 흔들어선 곤란하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실장 등의 범죄 혐의가 다를 뿐더러 특검이 혐의를 제대로 소명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것도 아니다. 구속기소됐다가 무죄를 받고 풀려나거나 불구속 기소됐다가 유죄를 받아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많다.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임을 감안한다면 광장에서까지 막무가내식의 사법부 때리기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
김선영 사회부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