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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대통령이 정유라 칭찬… 키워주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를 특정해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왔다.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3일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이 ‘정유라 같은 유능한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를 만들라’는 언급을 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차관 면전에서 직접 “정유라처럼 훌륭한 선수들을 적극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종 전 문광부2차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의 관심사인 만큼 정씨를 비롯한 스포츠 유망주 육성 등 체육계 현안은 김종덕(59·구속) 전 문체부 장관도 제치고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챙겼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김 전 차관은 “체육계 현안은 김 전 장관을 배제하고 김 전 실장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계 현안을 김 전 실장을 통해 직접 챙겼고 심지어 정씨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는 것은 삼성그룹이 정씨의 말 구입 등 승마훈련 지원에 쓴 돈이 뇌물이란 의구심을 한층 짙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씨를 매개로 박 대통령과 삼성이 사실상 ‘직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라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차관으로부터 “박 대통령 지시 후 박상진(64) 삼성전자 사장과 만나 정씨 지원을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특검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 의결 전에 이미 최씨 모녀의 존재를 인식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두 회사 합병을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대가로 삼성이 최씨 측에 자금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한편 덴마크 경찰에 의해 구금된 정씨의 범죄인인도 청구 관련 결정은 오는 30일까지 내려질 예정이다. 앞서 덴마크 법원이 정씨의 구금 기간을 “30일까지”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정씨가 국내로 송환돼 구속수사를 받으면 삼성의 정씨 승마훈련 지원과 박 대통령이 왜 그토록 정씨에게 좋은 말을 사주는 일에 집착했는지 등이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