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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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지연 '꼼수'?… 더 깊이 드러나는 국정농단

차은택 "최순실, 태릉선수촌을 민간 스포츠센터로" / 헌재 탄핵심판 변론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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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국가대표 훈련소인 태릉선수촌을 없애려고 한 정황이 불거지자, 최씨의 국정농단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 뻗쳤는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이 추가로 낸 39명의 증인신청 중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6명을 우선 채택하고 다음달 둘째 주까지 증인 신문 일정을 잡으면서 탄핵심판은 오는 31일 예정된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 이후 결론 나게 됐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최씨, 태릉선수촌을 민간 스포츠센터로 대체

최씨의 측근이었던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이날 헌재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태릉선수촌을 없애고 민간 스포츠센터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우려고 한 내용이 담긴 기획서를 봤다”고 밝혔다. 차씨는 최씨와 함께 세웠다가 폐업한 기획사 고원기획에서 이 같은 내용의 ‘스포츠센터 건립’에 대한 서류를 봤다고 한다. 그는 최씨의 다른 측근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로부터 “태릉선수촌이 없어지고 앞으로 민간 스포츠센터가 생길 것”이라며 “그에 대한 기획서”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차씨는 “고원기획이란 회사 자체가 많이 이상했다”며 “그것(태릉선수촌 대체 계획) 외에는 고원기획에서 이뤄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고원기획 설립에 45%를 투자했고, 나머지는 최씨의 차명 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이 다투면서 폐업했다. 차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 특정 휴대전화로 직접 통화를 나누는 친밀한 관계였다고도 했다. 그는 “최씨가 핸드폰을 4개 썼는데, 특정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회의를 하다가도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라고 하거나 자기가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며 “들려오는 목소리가 박 대통령 같았다”고 말했다. 

차씨는 “최씨가 카페 테스타로사를 운영할 때 본인이 ‘돈이 많다’고 말했고, 저한테 기획사를 하나 차리라고 할 때도 본인이 다 투자하고 운영비용을 다 대겠다고 해 돈이 많은 사람으로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와 고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내연관계로 의심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아침 고씨가 만나자고 해 강남구 청담동 레스토랑에 갔더니 최씨와 고씨가 붙어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고씨가 최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질문에 “그렇다”고 하면서도 검찰에서 두 사람의 내연관계 가능성을 진술한 것은 “다만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헌재 가는 ‘체육대통령’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헌재 대심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측, 증인 39명 대거 신청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김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39명을 대거 증인신청했다. 헌재는 이 중 김 전 실장 등 6명을 먼저 채택했다. 내달 1일에는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유민봉 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2월 7일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를 증인신문하기로 했다. 나머지 증인 채택 여부는 25일 열리는 다음 변론기일에서 밝힐 예정이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