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은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순재 선생님의 60주년 기념 공연인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 참여하게 됐다"며 "내달 초 공연을 앞두고 현재 이것만 준비하고 있다"고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후 근황을 밝혔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현대 희곡의 대표 작가인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연극이다. 30년 넘는 직장생활 동안 차곡차곡 쌓인 실적과 전도유망한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자랑거리였던 '윌리 로먼'이 대공황으로 맞는 파국을 그렸다. 불황은 서서히 그의 직장 내 입지를 좁혔고, 두 아들도 변변한 직업 없이 정착하지 못하는 등 가혹해지는 현실 앞에 결국 과거로 도피해버리는 로먼의 24시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오는 2월10일부터 경기 의정부와 수원, 울산 공연이 차례대로 예정돼 있다.
유연석은 "지난해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하려고 했을 때 세일즈맨의 큰아들 역을 염두에 뒀지만, 드라마와 서울 공연 시기가 맞물리면서 하지 못했다"며 "이번 공연에서 세일즈맨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 역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이순재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 보겠나"라며 반문하면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공연인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무대에 오른 이유를 털어놨다.
이날 유연석은 이순재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과거 대학원(세종대) 워크숍 공연으로 3시간에 달하는 연극 '리어왕'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 선생님은 드라마 '대물'과 '욕망의 불꽃'을 동시 출연하고, '돈키호테' 공연도 준비하고 계셨다"며 "공연과 드라마를 하면서 지도교수까지 겸하셨는데 배우로서 열정과 후학에 대한 애착이 있지 않다면 그 연세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유연석은 "그때 좋은 기억 때문에 이번 공연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며 "'세일즈맨의 죽음'도 각색 없이 3시간 가까운 공연을 해야 하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지금 연세(82세)에 대본을 숙지하고 긴 공연을 소화하는 모습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유연석은 이순재로부터 받았던 학점을 묻자 "'A'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세종대 대학원 연기예술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한 유연석은 당시 대학의 영화예술학 교수로 재직했던 이순재와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다.
한편 유연석은 최근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금수저'처럼 살고 싶어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강동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강동주는 성공만 좇아 실력 있는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다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난 뒤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