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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잠재력 자체가 떨어진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2.7%는 낮은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그마저도 정부가 돈(재정) 풀고, 가계빚으로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펴 최대한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성장률은 건설투자가 전년 대비 11% 급증하며 주도했다.
설상가상 올해는 더 어렵다. 반짝 효과만 내는 단기부양책은 더 쓰려야 쓸 수도 없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는 소비여력을 더 잃었고, 가계빚에 의존한 경기(부동산 중심)부양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다고 달리 내수 침체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대외 악재가 돌출했다. 사방이 적인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가 리더십마저 공백상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무래도 올해 성장률 2.5%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2%대 유지하면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헌 교수는 “구조조정, 저출산·고령화 대책, 양극화 해소 등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중장기 플랜을 진작 가동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쉽게 돈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단기부양책에만 매달리다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일갈했다.
한은이 발표한 ‘201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작년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한 분야는 건설투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11.0%로 2015년(3.9%)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1993년(11.9%) 이후 23년 만의 최고치다. 정부 저금리 정책과 주택금융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보인 영향이 크다. 작년 건설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1.6%포인트로, 2015년(0.6%포인트)보다 1.0%포인트 높고 1995년(2.0%포인트)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 GDP 성장에서 건설투자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소비도 나름대로 선방했다. 민간소비가 2.4% 늘면서 2011년(2.9%) 이후 5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정부소비 증가율도 3.9%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오르면서 2009년(5.2%)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2015년 5.3%에서 지난해 마이너스(-2.4%)로 전환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컸던 2009년(-7.7%)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투자를 주저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침체,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악재로 한국경제는 험난한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건설투자 증가세가 꺾일 공산이 크다. 이미 작년 4분기 건설투자는 1.7% 줄면서 2015년 4분기(-2.4%)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주택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소비심리도 마찬가지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10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는 소득 증가율이 미미한 가운데 1300조원을 돌파한 빚 부담으로 지갑을 더 열기 어렵게 됐다. 조장옥 회장은 “탄핵정국, 미국 트럼프 리스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저성장 등 대내외 악재가 올해 한국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염유섭 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