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3월13일 내에 탄핵심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발언에 대리인단 전원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헌재와 국회 측의 교감 의혹도 제기하는 등 탄핵심판의 불공정성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이에 맞서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의도”라고 받아치는 등 양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탄핵심판 9차 변론이 열린 헌재 심판정에서 “심판절차에 대한 의심이 들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박한철 소장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중대결심’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중대한 결심이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실행할 경우 재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 측의 언급은 '각종 심판 절차에서 사인(私人)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심판 청구나 수행을 할 수 없다'고 한 헌재법 제25조 제3항의 '변호사 강제주의' 원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재임 중 마지막이 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주재를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그러나 탄핵심판 당사자인 대통령을 ‘사인’으로 보기 어려워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찮고, 헌재가 일반 헌법소원 사건에서 변호사가 사퇴한 뒤 새로 선임되지 않은 사례를 처리한 점 등을 들어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함부로 ‘사퇴카드’를 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헌재는 해당 변호사가 변론을 상당 부분 진행한 점을 고려해 이전까지의 변론 내용은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당사자가 스스로 유리한 진술을 할 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봤다.
국회 측은 대통령 측의 재판부 압박과 재판 일정 지연 의도를 성토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전원 사퇴 시사는 사실상 탄핵심판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측의)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살아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위원장도 “헌재와 국회가 마치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면서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통령 측이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며 탄핵심판 지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의 공정성에도 흠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