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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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핵 해결, 확신이 필요한 때다

트럼프와 문제의식 공유하고
비핵화·인권개선 압박 나설 때
안보엔 보수·진보 따로 없어
정권 바뀌어도 정책 일관돼야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어느덧 3개월을 넘어섰다. 역설적이지만 국정공백에 따른 리더십의 위기에도 우리 사회가 이만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위대한 국민들의 긍지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한결같고 국민 모두 맡은 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설을 맞는 모든 국민의 새해 소망은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하루빨리 안착하는 일일 것이다. 투명한 정치를 만들고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십의 복원보다 우선순위는 없다. 국내 사정이 어려운 만큼 우리를 둘러싼 안보환경도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더불어 국제 안보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그야말로 국제정치의 판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는 현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하는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 정치학
주변국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방위상을 지낸 분과 만나 일본의 걱정을 물어보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연일 날 선 공방을 거듭하지만 중국과의 빅딜을 모색할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일본에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은 채 접촉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러시아 등장에 대해서도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러시아의 푸틴은 트럼프보다 오래 권좌에 남아 있을 것이며, 당장은 트럼프와 협조하지만 자국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뿐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 역시 트럼프보다 오래 권좌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어떻게 활용할지 필자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트럼프의 기이함과 그가 초래할 문제점과 우려만 가득할 뿐,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듣기 어렵다. 트럼프와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해야 한다. 담대한 거래를 중시하는 그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보다 분명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 지지층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중국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며, 군사적 위험이 한반도에 도래할 경우 이를 감내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복잡한 북한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확신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비핵화를 실천하고, 인권 개선을 국가적 책무로 인식하고 개선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마침 미 공화당 주류를 대변하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작년 12월 29일 텍사스주 댈러스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활동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통일·외교·안보 부처가 한자리에 모여 권한대행에게 2017년도 업무보고를 했다. 박근혜정부 4년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을 것이다. 정부 전환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일관성이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연속된 핵실험 등 잘못된 행동에는 단호히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준비는 철저히 역량을 키워나가면 된다. 통일·대북 정책은 정권의 향배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원칙은 지켜야 한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최소한의 자유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보수와 진보를 가릴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특히 북한 인권법이 제정되고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출범하는 등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북한 주민들이 한국 사회를 동경하고 한국에 와 있는 많은 탈북자가 희망과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