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사드, 보호무역주의.’
정부가 26일 발표한 2017년 대외경제정책 방향의 키워드다. 이 세 가지 변수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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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올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책으로 구현되면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우리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수입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면 수출을 성장엔진으로 삼는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폭 축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는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에 대비한 조치다. 미국 재무부는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적 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기준을 따져 환율 조작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1개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칼날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한국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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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싫어하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 통상정책 패러다임은 메가 FTA에서 양자통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멕시코, 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이 소속된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의 FTA, 한·중·일 FTA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우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통상 갈등이 확대되는 중국과는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점을 활용해 갈등을 관리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양국이 함께 미세먼지 저감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기업 진출 수요가 많은 중국 10개 성과 우호 협력관계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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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하지만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들이 통하려면 미국과 중국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 양자협상을 통해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들은 미·중의 패권다툼과 연계된 것이어서 한·중 채널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 종료되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수행하기 힘든 여건이다. 정부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위기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입규제와 환율, 한·미 FTA, 미·중과 미·멕시코 마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것), 국경세 조정 등을 8대 현안으로 선정해 이로 인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