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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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2% 부족한 문재인 반기문

지지율 1, 2위지만 둘 다 위태위태
‘반 박근혜 ’만으론 시대 이끌지 못해
정치교체 실천력 없어 신뢰 잃어
국가 위기 타개할 통솔력 갖춰야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이정미 수석 재판관의 임기종료일(3월13일) 전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사퇴 등 돌발변수가 나오지 않고 일반적 예상대로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기대선은 불가피하다. 정치권에선 19대 대통령 선거일로 4월26일(수요일)을 유력하게 꼽으면서 늦어도 5월10일(수요일)엔 치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범상치 않는 국가대사가 태풍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정권 인수위 절차가 생략되면서 예전과 달리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도, 도상 연습할 틈도 없이 한 나라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국가적 흥망이 걸린 운명의 시간은 석 달 앞으로 닥쳤다. 이 나라를 구할 지도자로 누가 능력이 뛰어나고 그릇은 누가 큰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초보적 상태인데도 흘러가는 시간은 무심하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국민의 판단자료는 현재 여론조사 수치뿐이다. 1,2위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세계적 경험이지만 그래도 대선정국을 여론조사 선두주자들이 이끈다는 점마저 부인할 순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시대정신을 정권교체라고 주장한다. 두 번 연속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피로도가 커졌고 박근혜 게이트가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다. 많은 중도파들이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정권교체 노선에 가담하면서 전략상 유리할 수도 있다. 박근혜 타도를 외치는 것은 지지자들에겐 명쾌하다. 하지만 반박근혜에 머물러서는 집권 이후 퍼펙트스톰처럼 몰려올 풍파를 이겨내기 어렵다. 문 전 대표는 난세를 헤쳐 나가는 주도적 역량과 그릇의 넉넉함을 보여줘야 한다.

시대를 이끌려면 전문가 그룹으로 자신을 채우는 여백의 철학을 알아야 한다. 그릇에 물이 넘치면 더 이상 그릇이 아니다. 비울 줄도 알아야 큰 그릇인 것이다. 시대를 주도하지 못하고 촛불시위 흐름에 편승이나 해서야 미래의 지도자로서 흠결이 될 뿐이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성공할 수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주변에 참신한 새 인물들 대신 과거 정권의 사람들이 진을 치도록 놔둠으로써 스텝이 꼬였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도야도 아닌 사람들을 꿰어보겠다면서 제 3지대를 찾아가 연대를 모색하는 것도 새정치와 거리가 있다. 귀국하면서 국민 대통합을 주창하고 스스로를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부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를 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치교체론은 혼돈의 시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지만 실천력이 부족해 신뢰를 잃고 있다.

인생이 그렇듯 정치도 고통스러운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본질은 포기다. 양손에 떡을 다 쥐려고 하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고뇌에 찬 결단이 어려워진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관되게 기성 정치권을 바꾸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현재의 인물이 아니다. 그가 개인 인터넷 언론을 불러 동네 가십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명백히 드러난 사실마저 거짓이라고 뭉개면서 더욱 과거의 인물이 되고말았다. 박근혜는 잘못된 대통령의 전형이자 반면교사다. 상처입은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고 박근혜 시대 이후의 나라를 책임지려면 제2의 박근혜로선 어림도 없다. 여론조사 1,2위인 두 주자는 차기 지도자로서 2%가 부족하다.

지금 우리는 국가적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 경제는 날로 쪼들리고 우리 사회는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 미· 일· 중· 러· 북 등 주변국은 안보와 경제 과거사 등 전방위적 현안에서 우리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지도자라면 국가적 생존과 활로 찾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과 해법을 찾는 혜안, 위기의 난파선을 지켜내겠다는 지속적 의지와 국민을 목표지점으로 이끌 수 있는 통솔력이 필요하다. 옹알이 같은 소리나 하고 낡은 세력에 기대는 사람은 미래형 지도자가 아니다. 아무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시대적 상황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