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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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화되는 ‘벚꽃대선’…아직 남은 ‘대선징크스’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오는 3월 13일까지는 내려야 한다고 밝히면서 ‘조기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4월말·5월초에 대선을 실시할 가능성에 불확실성은 증대한다. 예전과 다른 ‘벚꽃대선’으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증대하는 불확실성은 ‘대선 징크스’에 대한 관심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5년 전 18대 대선에서도 여러개의 대선 징크스가 있었지만, 이 중 몇 가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으로 깨어졌다. 아직 남아 있는 대선 징크스는 지금 대선 레이스에 선 후보들에게 때로는 ‘부적’으로, 아니면 ‘혹시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불길한 기운으로 작동한다.

◆“안경 쓴 자는 패배한다”, “트럼프 나비효과”…이번에도 통할까?

대표적인 ‘대선 징크스’중 하나는 역대 대선후보 중 안경을 쓴 사람은 모두 패배했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후보 중 안경을 쓰고 당선된 이는 한 명도 없다. 대통령 재직기간 중 실생활에서 안경을 쓴 이는 윤보선·최규하·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 정도인데 윤·최 전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편에 속했고, 전 전 대통령은 간선제로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이 징크스는 18대 대선에서도 통해 안경을 쓰지 않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는 안경을 쓴 후보들이 많다는 것이 특색이다. 박 대통령과 18대 대선에서 겨루었다가 패배한 뒤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지율 10%대를 넘나드는 후보들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다. 이밖에 안희정 충남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도 안경을 쓰고 있다.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도 안경을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안경을 안 쓴 후보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 전 대표는 얼마전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중) 그리고 유일하게 안경을 안 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도가 안경을 쓰지 않는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또다른 ‘대선 징크스’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의 정권성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1997년 한국에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진보성향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2년 뒤 미국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공화당 정부가 들어섰다. 한국에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진보정권이 연장되자, 미국에서는 2004년 부시 전 대통령이 연임했고 한국에서 2007년 보수성향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자 미국에서는 2008년 진보성향의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다. 미국과 한국의 대선이 같이 치러진 2012년에도 오바바 전 대통령의 연임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이뤄지며 정권성향이 엇갈렸다. 2016년의 미국대선에서는 보수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번 한국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이 징크스는 또다시 들어맞게 된다.

◆깨진 징크스들도 있어…‘10년 주기설’ 등의 확인도

‘대선 징크스’에 너무 몰입할 필요는 없다. 징크스가 깨진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이 ‘2번’징크스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호 2번을 달고 승리했다는 징크스다. 18대 대선 당시 기호 2번이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에서 은근히 기대를 걸었던 징크스이기도 하다. 이는 기호 1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면서 깨졌다.
 
“직전 전국선거에서 패배하면 승리한다”는 징크스도 깨졌다. 1992년 총선과 2002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주자유당과 새천년민주당은 패배했는데, 정작 그해 말 대선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이 징크스도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대선에서 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깨졌다. 

두 징크스 모두 ‘국민은 권력을 한 곳에 몰아주지 않는다’는 함의를 갖고 있었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게 되어 더민주 소속 대선 후보가 기호 1번을 달 확률이 높다. 이밖에 18대 대선을 통해서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후보가 불리하다’나 ‘40대에서 패배하면 진다’는 등의 속설이 깨졌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징크스’는 ‘10년 교체설’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정권 10년 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보수정권 10년이 이어졌으니 다시 진보정권 10년이 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는 표본이 김·노 전 대통령의 한 차례에 불과해 징크스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