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vs “반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첫 변론이 열린 지난 1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30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8시쯤 노원구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인 조모(61)씨가 1층 바닥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조씨는 투신 전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탄핵가결 헌재무효’ 구호가 적힌 탄핵반대 집회용 ‘손 태극기’ 2개를 흔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씨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은 인지연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사무총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승려(정원·64)가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달 7일 촛불집회 현장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정원스님(속명 서용원·64)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무분별한 ‘가짜 뉴스’나 유언비어가 갈등의 극단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에서 활동 중인 서석구(73) 변호사는 헌재에서 “촛불시위로 경찰 113명이 부상했고 50대의 경찰버스가 부서졌다”고 하면서 촛불집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시키려 애썼으나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에게는 “삼성 장학생”이라거나 “아들이 삼성에 취업했다”는 소문이 돌아 탄핵 찬성 측의 비난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인)까지 가세해 무책임한 주장으로 갈등에 기름을 끼얹어 눈총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 출판국 한 편집위원이 최근 블로그에다 “한국에는 6만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이 머물고 있다. 중국은 이 유학생들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 시위에 몰래 참여시켰다”고 쓴 글은 터무니없는 내용임에도 일부 극우 사이트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박사모 측이 “친박단체가 돈을 미끼로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동원했다”는 JTBC 보도에 고소 방침을 밝히는 등 고소고발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탄핵 찬반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박사모 중심의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조씨 분향소를 설치키로 한 데 대해 서울시가 불허 의사를 밝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보수단체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 회원들이 천막을 치고 귀경길에 오른 시민들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 회원은 “광화문 광장은 특정 단체의 것이 아니라며 세월호 천막이 철거될 때까지 노숙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 |
탄기국 측은 “유가족이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나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강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국장이나 국민장, 안전행정부 요청을 받은 세월호 희생자처럼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박 대통령 지지층과 반대층의 갈등 양상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며 “(다만 과열 양상은 서로에게나 우리 사회에 좋을 게 없는 만큼) 시민사회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