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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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맛집 홍수의 시대…'진짜' 맛집은 어디에?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도 ‘맛집’을 일일이 찾아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일은 오늘날 매우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음식 사진과 맛집 후기가 경쟁적으로 올라옵니다. '맛집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 만큼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맛집을 찾기가 어렵다는 푸념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상파·케이블 TV 가릴 것 없이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음식점을 찾아 다니고, SNS에는 광고와 경험 사이를 넘나드는 맛집 소개 글로 넘쳐납니다. 그렇다보니 맛집이라 알려진 식당을 찾았다 실망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자연스럽게 맛집 평판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다수가 찾아가는 음식점이라면 '본전 이상'은 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맛집을 찾는 발걸음은 여전합니다.

소비자 과반은 요즘 뜨는 맛집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전체의 88.8%는 '맛집 소개가 너무 많아져 진정한 맛집이 묻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맛집이라 불리는 식당을 찾는 게 현실인데, 응답자의 65.4%는 '많은 이들이 찾는 음식점은 실패하거나 후회할 확률이 적다'는 인식을 보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3개월 기준 외식 경험이 있는 전국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맛집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먼저 전체 10명 중 9명(90.1%)은 맛집이라고 불리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20~30대 소비자가 이런 식사 경험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맛집을 방문한 이들은 평소에도 꾸준히 맛집을 찾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선택 시 맛집 여부의 고려 정도를 살펴본 결과 10번 음식점을 방문할 때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는 비중이 3.68회로 나타났다. 역시 상대적으로 여성과 젊은 세대의 방문 빈도가 잦았다.

◆현대인들 일부러 맛집 찾아가는 이유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 때문

소비자들이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는 이유는 결국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다'(68.3%·중복응답),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62%)를 이유로 찾는 사람들이 단연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해 일부러 찾아가보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게 두드러졌다. 또한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될 것 같다'(51%),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49.8%) 등의 의견도 많았다. 맛집의 음식이 일정 수준의 맛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밖에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33.9%), '요즘 인기 있는 곳을 가보고 싶다'(28.3%) 등도 수고를 감소하고 맛집을 찾는 이유로 꼽혔다.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가 맛집을 통해 새로운 음식을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40.4%였다. 인기가 많은 곳을 가보고 싶어 찾는다는 응답도 36.3%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앞으로도 '맛집 기행'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87.6%가 향후 맛집에서 식사를 할 의향을 내비쳤는데, 젊은 층의 의향이 좀 더 두드러졌다.

◆절반 이상 "요즘 맛집이라고 하는 곳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맛집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 역시 소비자 대부분은 음식의 맛(83.9%)을 꼽았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47.1%) △음식재료의 품질(37%) △위생(29.8%)도 맛집으로 평가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음식재료의 품질과 위생은 연령이 높을수록 중요하게 평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서비스(16.6%) △독특한 메뉴(16.2%) △분위기(14.2%) △대표 메뉴(13.6%) 등이 주요한 조건들로 꼽혔다.  △TV출연 여부(1.1%) △역사(7.5%) △블로그·카페·SNS의 추천(7.7%) △입소문 여부(8.3%) △인지도(11.6%) 등은 우선 조건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결국 대중적인 인지도와 유명세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본적으로 음식의 맛을 갖추고 합리적인 가격, 품질 등을 앞세워야 진짜 맛집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TV에 소개된 맛집 믿을 수 있다" 15.5%뿐

이런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실제 진정한 맛집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비자의 52.6%는 '요즘은 맛집이라고 평가를 받는 곳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믿을 수 있다'는 의견은 25.1%에 그쳤다. 30대가 특히 맛집이라고 포장된 음식점들에 대해 두드러진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대게 이름값을 한다'는 의견은 10명 중 4명 정도(41.3%)에 머물렀으며, 상대적으로 50대(47.2%)의 신뢰도가 높았다. TV에 소개된 맛집은 믿을 수 있다는 의견은 전체의 15.5%에 불과했다. TV에서 소개하는 맛집에 대한 이 같은 전반적인 불신은 SNS의 발달과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맛집으로 소개되는 음식점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 소비자 10명 중 7명(70.1%)이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광고·홍보의 힘 덕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제대로 된 맛집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8%가 '최근 맛집 소개가 너무 많아져 진정한 맛집이 묻히고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대체로 소비자들은 '한 집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한 집은 대게 맛집인 사례가 많다'(81.8%)고 봤고, 반면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맛집이 아닐 확률이 높다'(59.4%)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불신에도 여전히 맛집을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맛있다'는 다수 의견을 따르면 음식점 선택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서 비롯된 보인다. 실제 소비자 대부분은 '많은 이들이 찾는 음식점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83.2%)고 밝혔고, '실패하거나 후회할 확률이 적다'(65.4%)고도 답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인식이 뚜렷했다.

또한 음식점 선택에 있어 다른 이들의 평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는데 동의하는 소비자도 전체의 66.6%에 이르렀다. 타인의 평가가 음식점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과반(53.5%)은 '음식점을 선택할 때 블로그나 언론 등 외부 평가를 고려하는 편'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전체 80.3%는 '음식점 선택에 SNS나 블로그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앞서 소비자 상당수가 TV에 소개된 맛집을 불신하는 경향을 보였고, 맛집은 광고와 홍보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내비쳤지만, 그런 평가와는 별개로 실제로는 미디어 노출·홍보가 음식점이 끼니 해결을 위한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물론 10명 중 7명(69%)이 '음식점 선택에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고 응답할 만큼 개인 취향도 중요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외부 평가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실제 음식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맛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시각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41.9%로 나타났다. 

◆10명중 6명 "다양한 메뉴 파는 식당은 맛집 아닐 확률 높다"

한편, 조사 대상은 한달에 1번 정도 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1~2번 한다는 소비자가 절반 정도(44.8%)로 가장 많은 가운데, 한 달에 1~2번(28.9%) 또는 일주일에 3~4번(15.6%) 한다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거의 매일 한다는 응답은 5.1%였는데, 20대(10.4%)와 1인 가구(8.1%), 미혼자(8.5%)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한 달에 한 번 미만을 한다는 의견은 전체의 5.6%를 차지, 매우 드물었다. 외

식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상황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62.6%·중복응답)로, 젊은층일수록 이런 본능적인 욕구를 많이 따르려는 태도가 강했다. 또한 △주말·휴일(55.8%) △생일·기념일(53.8%) △가족 모임(53%)에 외식을 많이 했으며, △집에서 먹기 싫을 때(51.1%)도 주요한 이유로 등장했다.

그밖에 △요리하기 귀찮을 때(38.4%)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37.8%) △새로운 맛집을 발견했을 때(33.6%) 외식을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외식 메뉴로는 주로 삼겹살이나 갈비와 같은 구이고기(50.9%·중복응답)나 한식(49%)을 많이 즐겼다. △피자·치킨(32.1%) △뷔페(31.9%) △중식(23.7%) △일식(20%) 등도 외식으로 많이 즐기는 메뉴들이었다.

평소 외식을 함께 많이 하는 이들로는 주로 동성친구(52.2%·중복응답)와 배우자(48.4%)로 조사됐다. 다만 동성친구와 외식을 많이 하는 20대와 달리 40~50대는 배우자와의 외식을 많이 즐기는 편이었다. △직장동료·상사(42.3%) △부모(38.7%) △형제·자매(25.6%)도 주요한 외식 상대였다.

남성은 직장동료, 상사와의 외식이 많은 데 비해 여성은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과 외식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떠오른 ‘혼밥’(혼자 밥먹기·18.3%)도 이번 조사에서 뚜렷한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인가구(46.5%)의 혼밥 경험이 단연 높은 가운데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20대(27.6%)였다.

외식 장소를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역시 음식의 맛(58.1%·중복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음식의 종류(43.8%) △함께 외식하는 사람의 성향(34.1%) △가격(29.4%)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중장년층은 음식의 종류나 함께 먹는 사람이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보다 짙었다. 그밖에 △약속 장소(18.1%) △맛집 여부(16.4%) △ 함께 외식하는 사람과의 관계(16%)  △자신의 경제적 상황(15.8%)도 고려되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