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운데)의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등 이유로 국회 탄핵소추를 받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헌법이론실무학회는 31일 한양대 제3법학관에서 한국헌법학회, 한양대 법학연구소, 고려대 법학연구원 정당법연구센터와 공동으로 ‘탄핵심판의 실체법적 쟁점’이란 주제의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 헌재 탄핵심판 심리가 이정미 재판관을 필두로 한 ‘8인 체제’로 전환된 날 토론회가 열린 점이 눈길을 끈다.
헌법이론실무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회사에서 “9인으로 구성되는 헌재의 재판관 숫자가 줄어들게 되면 재적 3분의2 이상의 재판관의 찬성으로 탄핵 인용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헌법의 정신이 왜곡된다”며 “재판관 숫자가 6인으로까지 줄게 되면 심리 정족수인 7인도 채우지 못해 탄핵심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김 교수는 “박 헌재소장 재직 중 선고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집요한 소송지연 전략에 이유가 있으며, 현재까지도 그들의 ‘시간끌기’ 전술로 탄핵심판이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속히 심리를 종결함으로써 국민이 헌재에 보여준 신뢰에 답해야 한다”면서 “헌재는 국가 최고 사법기관의 권위로 소송지휘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임기만료로 물러난 가운데 중견 헌법학자들은 "헌재 재판관이 더 줄어들기 전에 신속히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2주제 ‘권한남용에 의한 직업공무원 제도 등 위반 여부의 헌법적 쟁점’에 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며 사직을 강요한 것에 대해 “이권과 사익 추구를 위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법치행정을 구현해야 할 공무원들을 침묵시키고, 심지어 사직케 한 것은 직업공무원제를 규정한 공무원법 위반이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주제 ‘탄핵 사유로서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2014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기자들 고소, 광고 탄압 등 형태로 압박을 가한 것에 대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서 독자적으로 박 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비중과 의미를 갖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탄했다.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점을 탄핵 사유에 포함시켰고, 방승주 한양대 교수는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방 교수는 “박 대통령이 헌재의 거듭된 요구에도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분초 단위로 석명을 하지 못하고, 분명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결국 박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 생명권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또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에도 위반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하나만 갖고서도 탄핵심판 청구는 인용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마지막 제5주제 ‘뇌물수수 등 형사법 및 법률 위반 여부’는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서 교수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전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운영하려 한 점에서 재단 자체를 뇌물의 대상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강요의 피해자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제3자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