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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여론조사] 文 ‘야권 심장’ 호남서 독주 채비…安과 3배 이상 격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달 22일 나란히 호남을 찾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야권의 뿌리’인 호남의 지지율부터 다지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드러난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복하려는 문 전 대표와 호남권 의석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안 전 대표의 ‘수성(守城)’ 전략이 맞붙은 양상을 보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설 연휴가 지난 현시점에서 호남 민심은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일보가 창간 28주년을 맞아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월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도, 양자·3자 가상대결에서 모두 호남의 두터운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때마다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 온 호남 민심이, ‘대세론’을 형성하며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문 전 대표 쪽으로 쏠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만약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호남 응답자 48.0%의 선택을 받아 이재명 성남시장(15.1%)과 안 전 대표(11.0%), 안희정 충남지사(10.7%)를 크게 앞섰다. 안 전 대표는 이 시장에게도 뒤지며 2위 그룹으로 밀려났다.
나주 간 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운데)가 지난 1월 23일 전남 나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본사를 찾아 이낙연 전남지사(왼쪽), 조환익 한전 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목포 간 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1월 23일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찾아 한 상인이 건넨 떡을 먹고 있다.
호남에서 나타난 두 주자 간 격차는 연초보다 더 커졌다. 지난달 2일 보도된 세계일보·시대정신연구소 신년 여론조사(2016년12월 28·29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문 전 대표가 호남 응답자 29.9%의 지지를 얻어 2위인 안 전 대표(19.4%)를 10.5%포인트 차로 따돌렸었다. 1월 한달을 지나며 격차가 3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지난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아직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설 연휴에 느낀) 호남 민심은 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지지를 결정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었다”고 밝혔는데, 사뭇 결이 다른 조사결과가 나온 셈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포함된 ‘3자 가상대결’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호남 응답자의 56.1%가 문 전 대표를 선택해 안 전 대표(21.5%)를 압도했다. 반 전 총장은 1.5% 지지를 얻는 데 그쳤으며, 판단을 유보한 응답자 비율은 20.8%였다. 문재인 대 반기문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75.6%로 급상승해 반 전 총장(3.1%)을 크게 앞질렀다.

‘문재인 대세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도 호남 응답자 69.1%가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4%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 13%에 지난해 12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