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광장 불법 점유” 서울시 주장, 왜 공허하게 들리나

서울광장의 천막 설치를 놓고 서울시와 일부 보수단체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은 그제 “(보수단체 천막과 분향소는) 신고도 하지 않고 광장을 점유하고 있다”며 “행정 대집행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양측의 대립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50여개 보수단체가 참여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지난달 21일 서울광장에 천막 40개동을 설치해 천안함 희생자 등을 추모하면서 시작됐다. 3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를 요구하며 투신한 조모(61)씨의 분향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서울시 측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광장은 한 단체가 아닌 여러 시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면 ‘서울특별시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사용 신청을 해야 한다. 서울광장은 2월에만 6건의 사용 신청이 들어온 상태다. 일부 보수단체가 설치한 천막은 서울시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만큼 명백한 위법이다.

하지만 “서울광장 분향소는 불법”이라는 서울시 지적은 어쩐지 공허하게만 들린다. 사실 세월호 천막들로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광화문광장의 어지러운 모습은 서울시가 자초했다. 2014년 7월 세월호 유족들이 국민적인 추모 열기에 힘입어 무허가 천막 3개를 세웠을 때 철거하기는커녕 추가 설치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묵인해줘 버린 것이다.

물론 국가적 책임이 있는 세월호 참사를 투신 자살한 60대의 사망 사건 등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민적 상처로 자리 잡은 안타까운 사고는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치유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3년 가까이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광장은 특정 단체가 아니라 전체 시민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광화문 광장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진영 논리에 따라 예외를 두게 되면 법치는 무너진다.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런 처지에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거꾸로 서울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댄다. 이런 모순이 없다. 서울광장 천막 논란은 법치의 원칙이 무너지면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