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분쟁과 전쟁으로 얼룩진 지구촌의 아픔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15년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수는 1612만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유럽 각국도 난민에게 열었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난민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오갈 데 없는 난민을 위해 20여년 동안 힘써온 사람들이 있다. 지구촌 분쟁지역에서 긴급 의료구호를 펼쳐 800만명을 살려낸 이탈리아 의사 지노 스트라다(68) 박사와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서 교육으로 난민 재정착 해법을 제시한 아프간 여성 교육자 사키나 야쿠비(66) 박사다. 제2회 선학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두 사람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난민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이들을 위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노 스트라다 박사가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난민 의료구호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그는 “‘치료받을 권리’는 양도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난민에게도 차별 없이 최고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상 소감은.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한국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있고 관심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했다. 평화를 주제로 상을 주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평화에 대해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수단의 ‘살람심장외과센터’는 미국이나 유럽 병원에 뒤지지 않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시설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이런 시설을 갖추는 데 30년이나 걸렸다. 전쟁 피해자들은 지뢰나 폭탄 파편, 총기 등에 부상하는 등 피해 양상이 천차만별이다. 임신한 여성들은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출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시설은 필요하다. 내 지인이나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곳에 보내고 싶겠는가. 당연히 최고 시설에 보내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차별없이 평등하게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2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한학자 총재가 수상자인 지노 스트라다 박사에게 메달과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앞으로 계획을 말해 달라.
“2008년 아프리카 정부와 ‘인권서명’ 체결을 통해 높은 수준의 의료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허가받은 후 의료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간다에 소아과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나씩 확장해가면서 전 세계에 대규모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좋은 의료 시설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모른 체하는 것은 범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행보는 난민에 적대적이다. 어떻게 보나.
“매우 놀랍고 유감스럽다. 미국은 이민자들로 세워진 나라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동력으로 지금까지 성장해온 국가가 미국이다. 미 정부의 폐쇄 정책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이런 행보에 반대하는 운동과 시위 등 큰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선학평화상의 다음 주제를 추천한다면.
“전쟁을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인류가 수천년 동안 서로 죽이려고 치열하게 전쟁하고 싸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전쟁으로 인한 대학살이 멈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전쟁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