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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은 월등히 많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 국민연금 등 가입률도 정규직의 절반 이하. 우리 주변의 근로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이 같은 ‘비정규직’의 억울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심각한 것은 비정규직이 날로 늘고 있다는 데 있다. 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다. 2014년 32.4%, 2015년 32.5%에서 계속 증가 중이다. 또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9월 신규 취업자 중 정규직 비율은 69.8%였는데, 12월엔 67.8%로 뚝 떨어졌다.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일수록 비정규직이 많다는 특징도 드러난다. 지난해 15∼19세 비정규직 비율은 75.5%로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았으며, 20∼29세 비율도 32.0%로 30∼39세 21.1%, 40∼49세 26.1%보다 월등했다. 또 전체 임금근로자 중 남성 비정규직은 26.4%인 데 비해 여성은 41.0%나 됐다.
김씨는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때 ‘잠시만 버티자’고 시작한 기간제가 계속되면서 정교사는커녕, 이제 계약이 연장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됐다. 김씨는 “최근 비슷한 또래 기간제 교사가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이 컸다. 일하면서도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데 이젠 일도 바쁘고 될지 안 될지 확신도 없다. 왜 교육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평생 직장을 갖지도 못했는데 사회안전망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직장가입자 비율은 각각 36.3%와 44.8%, 42.8%로 정규직 각각 82.9%, 86.2%, 84.1%에 턱없이 못미쳤다. 비정규직 근로자 절반 이상이 회사에서 잘리면 가장 기본적인 공적 보험 혜택에서도 소외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더욱 정규직이 되려는 절박감을 느낀 경우도 있다. 정모(27)씨는 지난해 말까지 1년 가까이 경남 창원의 한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에서 일하다 그만뒀다. 지역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가까스로 교수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업체였다. 빠르면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교수의 말을 믿고, 꺼림칙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딱지를 감수했다.
비정규직 확대가 연공서열 위주의 한국 기업 생태계에서 부족한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굴뚝산업 위주의 전통적인 노동이 아니라, 지식기반 경제체제의 유연한 경영전략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일정부분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경우 이들이 직장을 잃을 경우를 대비한 완벽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로비에서 열린 ``2017 뉴딜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뉴딜일자리는 청년 등에게 직업 경험과 전문기술·직무능력을 갖추도록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고 민간일자리 취업을 돕는 서울시 공공일자리 사업이다. 이제원기자 |
나기천·김승환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