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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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중국 ‘3조달러 붕괴’와 소로스

작년 이맘때다. 중국 위안화 값을 두고 설전이 요란했다. ‘투기자본의 전설’ 조지 소로스는 이런 말을 했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오다가다 한 말이 아니다.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처음 말한 뒤 가는 곳마다 했다. 선지자인 양 다보스 포럼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중국은 무너진다’는 소리다. 화가 치민 중국은 맞받아쳤다. “소로스는 자본주의 악당이다.”

결과는 어찌 됐을까. 2015년 9월 3조5141억달러이던 중국 외환보유액은 작년 2월 3조2023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외환 주머니는 3100억달러 이상 홀쭉해졌다. 지난해 중국 무역수지흑자는 5099억달러. 이 정도 흑자면 외환보유액도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돈이 빠져나가고, 얼마나 많은 돈을 환율 방어에 쏟아부은 걸까.

투기자본과의 싸움은 끝났을까. 그것을 누가 알랴. 분명한 것은 비상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3조달러선마저 무너졌다. 2조9982억달러다. 5년 11개월 만에 2조달러대로 내려앉았다. 2014년 6월 3조9932억달러와 비교하면 1조달러나 줄어들었다. 3조달러가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중국에게는 금융을 안정시키는 마지노선과 같은 수치다. 중국도 그 선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장강(長江) 물처럼 도도한 흐름은 막을 수 없었던 걸까.

소로스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으니 87세의 노구를 이끌고 다시 분주히 나다니고 있을까. 중국의 고민은 크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자니 ‘악당’의 눈이 번득이고, 트럼프 환율공세를 피하자니 ‘돈줄’인 무역수지흑자가 걱정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다. 중국의 사드 보복? 혹시 다가올 재앙을 짐작하기에 보호주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결과가 아닐까. ‘트럼프 보호주의’에 자유무역질서는 어차피 난장판으로 변할 판이 아니던가. 화는 언제 우리에게 밀어닥칠지 모른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위안화 절하 폭탄이 터지지 않았던가. 정신 바짝 차릴 때다.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