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용접사들도 인식을 바꿔 열악한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하고, 안전상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를 하고 난 뒤 작업을 해야 한다. 각종 화기 작업은 소화기 비치와 감시자 배치가 필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세한 현장에선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40대 자영업자 B씨)
화재 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사고 초반 금쪽같은 시간을 일컫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생명줄'은 바로 경보기다. 경보기의 조기 작동 여부에 안전한 곳으로 적기 대피할 수 있는지 달려있다.
그럼에도 국내 건축물 대부분에 설치된 소방설비는 일상에서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일이 잦다.
특히 화재경보기는 열이나 먼지 등을 오인해 건물 전체가 떠나가라 경고음을 울려대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빗발치는 민원을 양산하게 된다. 빈번한 오작동은 정작 대피가 필요한 화재 시 대처를 무디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몇몇 건물 관리자들이 아예 꺼버리는 상황까지 초래한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구하는 화재경보기의 철저한 관리 점검을 당부하는 한편 경보기 알람에 짜증부터 내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재경보기 '애물단지' 취급…빈번한 오작동, 수신기 아예 꺼놓는 경우도
9일 업계에 따르면 건축물에 사용되는 화재경보기는 크게 열·연기·불꽃감지기로 나뉜다.
열감지기는 화재로 발생하는 열을 측정하는데, 주위 온도가 일정 수준 또는 일정 상승률 이상 되면 울린다. 주로 아파트 등의 주거공간이나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다.
연기감지기는 주변에 일정 농도 이상 연기가 측정되면 작동한다. 건물 복도나 계단에 주로 쓰인다..
적외선이나 자외선으로 불꽃을 직접 측정하는 불꽃감지기는 주로 위험물 제작·저장·처리시설에서 만날 수 있다. 가스 취급시설이 대표적이다. 
이들 감지기는 화재를 인지하면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고, 수신기는 경종(벨)과 스프링클러, 유도등 등 소방설비에 다시 신호를 보내 대피와 진화를 유도한다.
소방당국은 "화재 사망사고는 연기흡입에 의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라며 "시커먼 연기 한 모금만 마셔도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어 "불이 나면 1초라도 빨리 대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방인력 오인출동하는 사례 늘어
최근 경보기 오작동으로 소방 인력이 오인 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안전처의 국가화재 시스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438건(전체 화재 9049건), 2014년 1537건(〃 〃 675건), 25년 3174건(〃 〃 1만333건), 지난해 3733건(〃 〃 1만147건)으로 전체 화재보다 오작동 오인 출동의 증가 폭이 더 크다.
오작동 사례가 늘자 일부 건물의 관리자들은 주민 민원을 핑계로 아예 화재수신기를 꺼놓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지난 4일 불이 나 51명의 사상자를 낸 메타폴리스가 위치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주민은 "메타폴리스와 같은 초대형 건물엔 수천개의 화재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을텐데, 이들 기기가 설령 몇 년에 한 번 오작동을 일으킨다 해도 단지 전체로는 날마다 경보가 울릴 수도 있는 일"이라며 "오작동을 거의 완벽하게 없애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면 경보기를 꺼놓은 편법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라도 경보기를 차단하는 일은 자칫 대형 참사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4명의 사망자를 낸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화재가 그렇고, 2014년 경기 고양 터미널의 지하 1층 에서 가스 배관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도 건물 관리자가 수신기를 꺼놓은 바람에 화를 키우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경보기 오작동의 원인 중 하나로 허술한 관리를 꼽는다. 특히 연기감지기는 기기 자체가 연기의 종류나 먼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정기적으로 청소해 먼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화재로 오인한 경보가 자주 울리게 된다. 아파트에서는 사생활 문제로 가정마다 일일이 들어가 감지기를 점검하기 어려워 소방업체들은 눈에 보이는 경보기만 점검하는 실정이다.
제품 자체의 불량에 따른 오작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보기 제품은 반드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 시험과 제품검사를 받은 뒤 KC(국가통합인증) 마크를 취득해야 한다.
형식승인은 제조업체가 제출한 샘플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정해진 시험기준으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샘플 중 하나라도 오작동이 나면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형식승인 시험에 통과하면 제품 출고 시 소방산업기술원 직원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부작동 시험을 진행한 뒤 정상 작동 시 최종 승인을 한다.
◆경보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이런 까다로운 절차에도 불량제품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몇몇 ‘양심 불량’ 업체는 KC를 따내려 시험 조작을 불사한다. 경기 성남의 한 업체는 전국 2500여곳에 불량 불꽃감지기를 납품했다가 2014년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업체는 화재 대신 빛 등에 반응하지 않는지 점검하는 부작동 시험에서 리모컨을 이용해 출력 전원을 24V에서 12V로 의도적으로 낮춰 승인을 받은 뒤 불량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오작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업체의 노력아 우선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가격보다 성능을 먼저 고려하는 방향으로 구입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몇몇 전문가는 경보기 오작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보기 오작동'이라는 잘못된 표현이 소방 설비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보기는 설정된 조건에 맞는 환경에서 경종을 울리는 장치인 만큼 연기감지기라면 담배 연기나 먼지의 농도가 설정된 값에 도달하면 작동하는 게 당연하다. 이를 두고 경보기를 '양치기 소년'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건물주 역시 무조건 값이 저렴한 경보기를 사용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신기와 수시로 통신을 주고 받아 화재가 아닌데도 벨이 울리는 비화재보 비율을 최소화하는 아날로그 기기 등 값이 좀 나가더라도 성능 좋은 제품을 선택해야 오작동을 줄일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