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이맘때 소위 ‘컴퓨터 전문가’로 불리는 일반인들은 난감해진다. 주변에서 어떤 노트북을 사야 할지 물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에는 사실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노트북이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장면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 답하는 것과 비슷하다.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트북 고르기가 음식주문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가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조차 모두에게 좋은 노트북은 없다고 말한다.
노트북을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명쾌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노트북을 고르는 하나의 ‘길라잡이’로 포털 네이버의 도움을 얻어, 판매 순위(구매를 위해 쇼핑 사이트로 진입한 횟수 기준)를 정리해봤다. 일단 많이 팔리는 노트북이라면, 어느 정도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을 검증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최대 사용시간이 24시간에 달하는 LG전자의 2017년형 ‘올데이 그램’ |
네이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이 팔린 10개 노트북의 평균 가격(최저가 기준)은 약 89만7000원이다. 선호하는 화면 크기는 판매 상위권에 13인치대가 포진했고, 15인치도 많았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이 주를 이뤄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구매 선호도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애플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30∼40대는 삼성과 LG, 애플 제품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든 레노버의 저가형 노트북인 아이 슬림북(i-SlimBook) 100S 제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구매했다.
전체 판매 1위는 삼성전자의 노트북9 라이트 13인치형(NT910S3Q-MD1S) 제품이다. 이 노트북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고른 인기를 누린 제품이기도 하다.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풀HD 디스플레이와 한번 충전으로 9.5시간(제조사 테스트 기준) 동안 작동하는 배터리, 128GB(기가바이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하고 무게도 1.34㎏으로 가볍다. 최저 가격이 50만원대로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10위권 제품 중 애플 노트북을 제외하고는 해상도가 가장 높다. 다만 이 제품은 운영체제가 포함돼 있지 않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전체 판매 2위는 애플의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형(MF840KH/A)이다. 최저가가 160만원에 이르는, 10위권 내 노트북 중에서는 가장 비싼 모델이다. 특히 이 모델은 20대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뛰어난 제품 디자인과 타제품을 압도하는 2560X1600의 화면 해상도가 강점이다. 더 높은 해상도를 갖춘 다른 브랜드의 노트북도 있기는 하지만, 싸지 않다. 256GB용량의 SSD를 탑재했다.
3위는 레노버의 i-SlimBook 100S다. 저가형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저장 용량 32GB, 메모리 2GB로 동영상 작업이나 게임 등을 하기는 어렵지만, 가격이 이 같은 단점을 상쇄한다. 20만원 초반대의 가격임에도 윈도10 운영체제까지 기본 탑재돼 있다. 윈도10(처음사용자용 기준)의 소매가격이 10만원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소프트웨어에 노트북을 끼워판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11.6인치에 무게 960g으로 휴대하기 좋다. 한국레노버 마케팅 총괄 김진환 부장은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자랑하는 노트북으로 특히 휴대성이 강화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4위 역시 애플의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형(MF839KH/A)으로 2위와 동일하지만 저장용량이 128GB로 작다.
5위는 삼성전자의 노트북5 15.6인치 모델(NT500R5P-MD5S)이다. 코어i5 CPU에 8GB 용량의 메모리를 탑재해 기본적인 성능을 확보했다. 운영체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 6위는 LG전자의 PC그램 15.6인치 모델(15Z960-GX50K)이다. 큰 화면을 탑재하고도 무게가 980g밖에 안 나가는 게 강점이다.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노트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모델이기도 하다. 256GB SSD를 탑재해 저장용량도 넉넉한 편이다. 운영체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
노트북은 다른 가전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파는 모델명이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경우 모델명으로 구매하기는 어렵다. 같은 이유로 똑같은 명칭의 노트북이라도 세부적인 구성은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다른 판매점에 비해 싸다는 이유로 섣불리 제품을 구매하면 안 된다. 노트북을 구매하기 전에 CPU, 메모리, 저장용량, 그래픽 카드 정도는 확인해 보고, 가격을 비교하는 게 좋다. 일반적인 가격대라면 CPU는 인텔 i5, 메모리는 적어도 4GB 이상, 저장용량은 SSD 128GB 이상이어야 하고, 메모리나 저장용량이 늘어나면 가격도 올라간다. 게임용 노트북이라면 별도의 그래픽 카드가 달려 있는 모델이 좋으나 보통 가격이 비싸지고 무게도 무겁다.
최신 모델을 살지, 아니면 저렴한 가격의 모델을 선택할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노트북 시장은 트랜드가 빠르게 변한다. 실제 업체들이 밝힌 최근 잘 팔리는 모델은, 온라인 3개월 판매 집계와는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배터리팩으로도 충전할 수 있는 노트북9 올웨이즈가, LG전자는 최대 사용시간이 24시간에 달하는 2017년형 올데이 그램과 2017년형 초경량 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과 레노버도 최신 제품이 새롭게 출시됐다.
운영체제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보통 매장에서 팔리는 모델은 운영체제가 포함돼 있으나, 온라인에서 팔리는 모델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운영체제가 빠진 경우도 많다. 윈도10의 추가 구매 비용을 반영해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맥북의 경우 애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필요에 따라 최신 버전의 윈도를 별도로 구매해 설치할 수 있지만, 사용에 일부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끝으로 노트북 시즌을 맞아 삼성, LG 등 업체별로 진행 중인 ‘아카데미 이벤트’를 이용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