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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자본유출 '빨간불'

“반대로 가는 한·미 금리… 자본유출 우려” / 모건스탠리 등 국제투자은행들/한국 내리고 미국 지속 인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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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자본유출의 ‘빨간불’이 켜졌다.

13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 3분기에는 0.5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다른 국제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반면 이들 투자은행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미 연방준비제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1.50%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1.25%, 미국은 0.5~0.75%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경우는 한은이 통화정책 수단을 기준금리 형태로 변경한 1999년 5월 이후 두 차례 있었다. 1999년 6월30일부터 2001년 3월20일까지, 2005년 8월9일부터 2007년 9월17일까지다. 당시 한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며 금리 역전 상황에서도 우려할 만한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의 경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여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되거나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로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내에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 한국의 대미수출 등 여러 요인들을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따라서 올릴 계제가 아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금리인하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공공연히 원화 가치를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6월쯤으로 예고된 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국내 경기를 추스른 후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