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은 공식회의나 브리핑에서 열우당이라고 불렀다. ‘우리당’으로 약칭을 사용해달라는 열린우리당의 호소에 한나라당은 “우리가 ‘우리당’이라고 하면 열린우리당을 지칭하는지, 한나라당을 가리키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이유를 댔으나 상대 당을 폄훼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2004년 17대 총선 후 출범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정식으로 열린우리당으로 부르며 분란은 어렵사리 종지부를 찍었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
한나라당 후신으로 여당인 한국당은 이날 김성원 대변인 명의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자유당 사용과 관련, “중앙선관위도 한국당 약칭에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공식 약칭이 존재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상대 당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짓”이라고 발끈했다.
당명 약칭을 놓고 여야가 말초신경을 건드리며 설전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정치발전에 백해무익하며, 고리타분한 구태다. 시곗바늘을 14년 전으로 돌려 놓은 듯하다. 선거 때마다 문패를 갈아 달며 신장개업을 해 혼돈을 일으킨 민주당과 과거 ‘열우당’이라고 비하한 한국당은 차제에 모두 역지사지해 격 떨어지는 입씨름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