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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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성큼 다가온 가상·증강현실 세계

게임에서 삶의 일상으로 진화
의료·군사분야까지 급속 확산
4차 산업혁명 주역되려면
불편·피로 줄일 기술 개선 필요
‘포켓몬 고’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인기다. 지난해 7월 미국 등에서 출시한 ‘포켓몬 고’의 국내 서비스가 지난달 24일 시작된 것이다. 나이언틱이 개발한 이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은 글로벌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국내에서는 뒤늦게 출시됐지만 2주 만에 하루 이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삼성은 출시하는 최신 휴대전화 기종에 ‘기어VR’ 연동 기능을 탑재해 원한다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가상현실(VR)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서 VR 게임방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에나 존재하던 AR와 VR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VR는 컴퓨터가 제공하는 영상 속에 몰입되는 것을 의미하고, AR는 현실세계에 컴퓨터가 만든 영상이 겹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AR보다 좀 더 폭넓은 의미를 갖는 혼합현실(MR)이란 말이 쓰이기도 한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적용분야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가구업체인 이케아는 AR기술을 이용해 가상으로 집 안에 가구를 설치할 수 있게 해 합리적인 구매를 돕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경이나 헤드셋의 형태로 사용자가 직접 착용해 실제 시야와 가상 영상을 함께 나타낼 수 있는 형태의 머리장착형디스플레이(HMD)는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과의사나 파일럿과 같은 전문 인력 양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기도 한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에서 제공하는 홀로맵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착용자가 3차원 영상 형태의 실시간 지도를 눈앞에서 감상하며 특정 장소의 교통 상황과 날씨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의료·군사·스포츠·생활 등 전방위적 산업분야에 AR와 VR 기술이 끼칠 파장과 그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AR와 VR를 일상생활에 더 가까이 가져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사용자가 느끼는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다. AR와 VR 기기 사용자가 피로감을 느끼는 주된 이유로는 동적 오차와 수렴과 초점의 불일치를 들 수 있다. 동적 오차란 사용자의 위치와 시선이 변할 때, 거기에 맞는 가상 영상을 기기가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을 말한다. 가령 HMD를 쓰고 고개를 돌릴 때 영상이 거기에 맞춰 빠르게 제공되지 못하고 시간 지연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기에 위치 센서를 부착하고 영상 정합 방법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잡아내며 빠른 영상처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아직 가상 영상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수렴과 초점의 불일치란 사용자가 느끼는 영상의 거리와 실제 눈의 초점이 맞는 거리가 다른 데서 오는 문제로 장시간 관찰 시 눈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어, 과중한 무게와 불편한 착용감에 대한 이슈도 있다. 현재 AR와 VR의 경우 HMD 형태의 기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는 실제로 착용하는 부분에 해당되는 것이고, 가상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은 안경, 시계, 의복 등과 같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된 웨어러블 컴퓨터에 따로 탑재된다. 이러한 장비의 무게와 불편한 착용감 때문에 아직 사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AR와 VR를 위한 입출력 장치들은 경량·소형화돼야 하고, 착용감과 디자인도 우수하고 세련돼야 할 것이다.

이렇듯 성공적인 AR와 VR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의 연구개발자들은 할 일이 많다. 언젠가는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안경이나 투명 유리창을 통해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합된 세계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증강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