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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에 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 질문에 “후임자를 지금 지명하는 것이 탄핵심판 선고 심리에서 지연의 빌미가 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면 그때 가서 후임자 인선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행정처장은 “현재 국가적으로 탄핵정국이라는 비상한 시국”이라며 “탄핵심판 선고 여부, 변론 종결 등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에도 한동안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헌재는 재판관이 7명뿐으로 중대 사안의 심리와 선고를 할 수 없는 ‘식물’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고 행정처장은 “헌재의 적정한 운영에 공백이 생기고 장애가 초래돼선 안된다”며 “헌법정신에 가장 적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명권 행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재판관은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1년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에 의해 헌법재판관에 지명됐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후 남은 8인 재판관 중 가장 선임이라 현재 소장 대행으로 헌재를 이끌고 있다.
한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되면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빨간불’이 켜졌다. 뇌물공여자가 구속된 마당에 뇌물수수자의 책임은 그보다 훨씬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재판관들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법률을 어겼다’는 심증을 굳힐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 부회장 구속과 탄핵은 무관한다’는 논리를 들어 진화에 나섰다.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이번에 특검이 영장 청구 사유로 사용한 이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국외재산도피 등 혐의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와는 전혀 무관한 삼성 내부의 사적인 일들”이라며 “탄핵 사건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af103@segye.com